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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비하 발언을 보도하는 언론의 자세

입력 2020.09.21 03:00

수정 2020.09.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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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가족을 포함하는 내용, 성에 대한 비교적 직접적인 묘사가 있는 어린이 대상 성교육 도서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했을까? 먼저 그것이 정말 ‘문제’인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누가, 무슨 이유로 문제라고 주장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이러한 숙고의 과정은 생략한 채 주장 자체를 전달하는 데 급급한 경우가 많다. 특히 그런 주장들이 정치인의 입을 통해 나올 때 더욱 그러하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나다움 어린이책’ 중 <엄마 인권 선언> <아빠 인권 선언> 및 <아이는 어떻게 태어날까>를 비롯한 10권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주장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목소리와 궤를 같이한다.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쓰는 순간 무수한 민원에 시달려야 하는 우리 사회의 여성운동, 인권운동 단체들의 슬픈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너무나 익숙한 말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동성애를 미화, 조장한다.”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곱씹어볼수록 요령부득이다. 이성애가 조장되는 것이라서 동성애‘도’ 조장될 수 있다는 의미인지, 동성애를 비참하거나 나쁜 것으로 그려야 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동성애’를 무슨 물건이나 추상적인 실체물로 여기는 것은 분명하다. ‘동성애’는 우리 주변에 있는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일컫는 말인데, 이를 사람에 관한 것이 아니라 범죄 혹은 범죄의 매개물처럼 여기는 생각도 담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조기 성애화된다는 주장 역시 기이하다. 해당 동화책은 ‘아이가 태어나는 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대체 여기서 문제를 삼는 성애화라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환경에 있기에 우리 초등학생들은 성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을 것이라 가정하는 것인가. 텔레그램 성착취에 참여하거나 착취 영상물을 다른 곳에 유포하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미성년자였고, 온라인 네트워크에 들어가면 수많은 ‘여성의 몸’ 이미지를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이 도서들의 선정 목적은 아이들이 ‘성’을 거리나 온라인에서 비판적 사고 없이 접하지 않게 하는 데 있었다. 가정 내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도구 중 하나였던 것이다

문제는 언론들이 ‘받아쓰는’ 방식에 있다. 정치인의 발언은 아무런 검토나 논의 없이 언론에 의해 그대로 실시간 중계된다. 발언 중 자극적 표현이 있으면 더 부각된다. ‘19금 소설’이라는 말을 기사 제목으로 뽑은 언론도 있었다. 특정 발언을 숙고 없이 그저 받아쓰고, 논란이 일고 있다는 표현으로 스스로 논란을 확산하는 방식은 우리에겐 매우 익숙하지만,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먼 보도 방식들이다.

물론 정치인의 발언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사건이며, 충분한 보도 가치가 있다. 만약 그 정치인이 차별, 비하 발언을 하거나 우리 사회의 공공선을 추구하는 데 해가 되는 일을 했다면 더더욱 시민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그 일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 보도가 논란의 중계 형태일 필요는 없다. 정치인이 어떤 발언을 했다가 뉴스가 되고, 그 발언이 무슨 논란이 되었다고 또 뉴스가 되는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 ‘나다움 어린이책’에 대한 문제제기의 핵심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비하,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유통되는 성 관련 정보가 갖는 성차별성에 대한 무지가 있다. 동성애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표현하니 문제라는 말에는 그것이 부자연스럽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 신촌역에 걸렸던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말을 부인하는 인식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어떤 성교육이 필요한가에 대한 그간의 고민을 단번에 무화시키는 무지가 담겨있기도 하다. 차별과 무지에 근거한 발언들을 자극적 외피를 씌워 그대로 진실화하기보다는 그 의미를 검토하고 정말 문제는 무엇인지 짚어내는 차분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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