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 성단 이미지 / 경향신문 자료사진
아직도 미국이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것을 못 믿는 이들이 꽤 있다. 성조기의 펄럭임 등과 함께 이 음모론의 주요 근거가 방사선 피폭이다. 방사선대인 ‘밴앨런대’를 우주인들이 무사히 통과하는 건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아폴로 11호는 방사선이 약한 경로로 1시간 안에 빨리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선의 인체 위험도를 고려한 유효선량 단위는 시버트(㏜)다. 일단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등 법규로 정해놓은 산업계 종사자 피폭량 기준은 연간 50m㏜, 5년간 100m㏜로 높다. 다만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를 위한 안전지침’은 항공 승무원의 연간 피폭량이 6m㏜를 넘지 않도록 권고한다. 임신한 여성 승무원은 출산 때까지 2m㏜ 이하로 한다.
23일 항공 승무원의 방사선 피폭량이 원자력발전소 종사자(0.43m㏜)보다 약 10배나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운항·객실 승무원 피폭 현황’ 자료다. 지난해 대한항공 승무원 1만628명 중 986명의 우주방사선 피폭량이 4m㏜를 넘었다. 운항 승무원 68명은 5~6m㏜였다. 대한항공의 한 승무원은 5년간(2015~2019년) 피폭량이 무려 25.44m㏜에 이르렀다. 지난 5월 대한항공 승무원이던 A씨는 5년간 급성골수성백혈병 투병 끝에 숨졌다. 우주방사선에 피폭된 것이 백혈병의 주원인이라며 산업재해를 신청해 회사와 싸우던 중이었다.
뉴욕·토론토 등 미국과 캐나다 동부에서 한국으로 오는 북극항로가 우주방사선 피폭에 더 노출돼 있다. 이 주위에 방사선 수치가 더 높다고 한다. 거대한 자석인 지구의 북극 자력이 우주방사선을 더 끌어당겨서다. 아름다운 오로라 현상도 우주방사선 입자들의 향연이다.
항공사 측은 “승무원들이 개인별 피폭량을 사내 사이트에서 언제든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잘 모르는 분위기다. 장시간 비행에 높은 근무 강도, 여기에 방사선에도 노출된다니 승무원이 선망의 직업이란 말이 무색하다. 더구나 이들은 근무 특성상 피폭에 대비한 보호장비를 착용하기도 어렵다. 항공사들은 방사선 걱정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승무원 건강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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