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에서 윌라 오디오북 광고를 보았다. 해당 광고의 골자는 책 읽기를 어려워했던 실제 회원들의 수기를 재구성하여 왜 책 읽기가 어려웠는가를 고백한 뒤, 오디오북 서비스가 해당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마침내 독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간증이다. 해당 오디오북의 카피라이트가 ‘책.듣다.쉽다.’인 것은 이러한 서비스의 특징을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이융희 문화연구자
내가 주목한 것은 책 읽기가 어려운 이유인데, 사람들은 대부분 ‘시간이 없어 책을 읽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육아부터 사업, 긴 출퇴근 시간이나 직장 생활까지. 일상의 업무가 너무 바쁘니 독서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인에게 독서는 사치스러운 행위이다. 고도로 발달한 시스템은 현대인의 삶을 계속 가속했고, 점점 한 권의 책을 읽기 위해 두어 시간 빼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결국 독서는 멀티태스킹의 영역으로 밀려나고 또한 파편화된다. 현대 독서의 형태는 두 가지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듯하다. 바로 독서 공간과 접속이다. 현대의 독서는 도서관, 독립서점 등 독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문화 행위이거나 출퇴근 시간, 지하철이나 버스 등 공공장소에서 잠시 웹소설이나 전자책의 세계로 접속하는 형태이다.
코로나19는 현대의 독서 형상을 다시금 변화시켰다. 코로나19는 독서 공간이라는 형태를 사멸시킨다. 도서관의 출입이 어려워지고, 독서 모임을 진행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재택근무의 연장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도 없애버렸다. 집안에서 육아 및 가정일과 함께 정서적 휴식을 취하던 사람은, 출퇴근이라는 과정 없이 바로 업무에 접속해야 한다.
특정 공간으로 들어가 이루어지던 사교의 시간, 또는 짧은 접속의 시간조차 만들 수 없는 시대의 독서는 사람이 책으로 몰입하며 독서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가 사람의 신체 내부로 침입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바로 앞서 설명했던 오디오북이나 팟캐스트 등이 그러하다. 스토리텔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 1분기 대비 국내 신규 가입자는 3.5배 증가했다. 팟빵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료 콘텐츠 총 청취 시간은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고 하니 그 위세를 짐작할 만하다.
이제 독서는 내가 책 속으로 떠나는 몰입이 아니라, 업무를 하는 나에게 음성의 형상으로 침입하는 것이다. 독서 형식의 변화는 단순히 형식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음성으로 이루어지는 독서는 눈으로 읽는 것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 지식은 점차 ‘듣는 재미’를 위해 팟캐스트와 같은 토크쇼의 형태가 되었고, 전달되는 정보도 짧고 간결한 핵심으로만 응축된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지식은 점차 교양화되고, 현대인들에게 더욱 적합한 것은 하나의 지식을 깊게 파는 것보다 얕은 지식을 넓게 소유하는 것이 되었다.
정보화 사회에서 정보는 지식의 층위를 끊임없이 위협한다. 점차 교양화된 지식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 지식은 그리고 지식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