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은행은 7일(현지시간) 코로나19 여파로 올 연말 전 세계 8800만~1억1500만명이 추가로 극빈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은행 홈페이지 캡처
“가난과의 긴 싸움에서, 우리는 20여년 만에 최악의 좌절을 겪을지도 모릅니다.”
세계는 수십년간 인류 공동의 과제인 ‘빈곤 퇴치’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고, 꾸준히 성과를 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이마저도 흔들어놨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극빈층 인구가 1억명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고 세계은행이 7일(현지시간)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2년에 한 번꼴로 세계 빈곤 현황을 조사하는데, 극빈층 인구 비율이 아시아권 금융위기가 터진 1998년 이후 처음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이날 세계 빈곤 현황 보고서에서 올해 연말 기준 8800만~1억1500만명이 추가로 극빈층으로 전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 연말 기준 전 세계 극빈층 수는 7억300만~7억3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은 하루 생활비 1.9달러(약 2200원) 이하로 생활하는 계층을 극빈층으로 분류한다.
세계은행은 당초 코로나19 발발 전 올 연말 기준 전 세계 극빈층 인구를 6억1500만명(7.9%)으로 2017년(9.2%)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코로나19가 몰고온 한파는 예상보다 매서웠다. 특히 올 연말 극빈층 인구 비율이 최대 9.4%로 예상됐는데, 아시아권 금융위기가 터진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당시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이 성장하면서 극빈층 인구는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는 어떤 나라도 코로나19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앞서 세계은행은 2013년 ‘극빈층 인구 비율 3%’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분쟁과 기후변화 탓에 세계는 ‘빈곤 퇴치’라는 목표를 향해 더딘 걸음을 내딛고 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5200만명이 극빈층에서 벗어났지만, 감소율은 1년에 0.5%포인트 미만이었다. 1990~2015년 시기엔 1년에 1%포인트씩 극빈층 인구 비율이 떨어졌다. 극빈층의 45%는 시리아와 예민 등 분쟁지에서 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2030년까지 6800만~1억3500만명이 빈곤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코로나19는 더 광범위한 계층을 가난으로 내몰고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극빈층에 편입된 인구의 82%가 중간 소득 국가에서 나올 것으로 봤다. 세계은행은 또한 일반적으로 극빈층이 저학력 농업 종사자들에게서 나왔지만 점점 도시에 거주하는 기본 학력을 갖춘 계층에서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CNN은 “각국 정부가 중대한 정책개입을 하지 않으면 코로나19 전염병이 소득 불평등을 확대하고 빈곤층의 ‘계층 이동성’을 낮출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코로나19만큼 전 세계를 빠르게 위협한 질병은 없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현재와 같이 분쟁의 영토에 살고 있던 적도 없었다. 전 세계 기상 현상의 변화는 전례가 없다”면서 “오늘날 세계가 이러한 주요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앞으로 빈곤을 계속 줄여가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속하고 중대하며 실질적인 정책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반면 부자들은 코로나19 위기에도 재산을 더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UBS 은행과 컨설팅업체 PwC가 이날 발간한 ‘억만장자 보고서’를 보면 7월 말 현재 세계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10조2000억달러로 사상 처음 10조달러를 넘어섰다. 종전 최고치는 2017년 말 8조9000억달러였다.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재산의 98%를 점유한 2000여명의 재산을 분석한 결과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확산하는 시기인 올 4~7월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27.5%가 늘었다. 억만장자 숫자도 2017년 2158명에서 올해 2189명으로 늘었다. 기술·의료 보건 관련 주가가 상승하면서 억만장자들의 재산이 크게 늘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