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당 김종철 신임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2000년 초 민주노동당 창당을 기점으로 한국 진보정당의 역사는 만 20년이 지났다. 20년 세월이 쌓이면서 진보정당을 구성하는 세대 폭도 넓어졌다. 4·15 총선 이후에는 3세대론이 주된 분류법으로 통한다. 1세대는 권영길·노회찬·심상정 등 2004년 총선 때 원내에 진출한 이들이다. 1960년대 초반 이전 출생한 세대다. 3세대는 지난 총선 때 당선된 장혜영·류호정 등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세대다. 1세대가 활발한 의정활동으로 진보정당의 대중적 위상을 한껏 끌어올렸다면, 3세대는 청년문제라는 시대의 화두를 타고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사이에 진보정당 운동에 묵묵히 헌신해온 2세대가 있다.
진보정당 역사는 2세대를 빼고 말하기 힘들다. 60년대 후반~70년대 초반 태어나 학생운동을 한 이들은 대학을 마치고 진보정당 운동에 투신했다. 민주노동당에서 크고 작은 실무를 맡아 1세대가 진보정치의 꽃을 피우도록 뒤를 받쳤다. 말 그대로 “대학 이후의 삶을 통째로 진보정당에 갈아넣은 아주 특수한 세대, 특수한 집단”이다. 그 중 한 명이 김종철이다.
1999년 권영길 국민승리21 대표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한 김종철은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정의당 원내대표 비서실장, 선임 대변인 등 주요 당직을 거쳤다. 하지만 선거 운은 없었다. 2002년 이후 치러진 7차례 전국 단위 선거에서 모두 패했다. 국회의원, 서울시장, 구청장에 거푸 도전했지만 약한 당세와 당내 기반을 넘지 못했다. 진보정치의 원칙과 가치를 중시하는 그는 비주류 중 비주류였다. 더구나 그 고단한 길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어서 ‘진보정당의 차세대 리더’라는 꼬리표는 당분간 실현되기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지난 주 전당대회에서 당 안팎의 예상을 깨고 김종철이 정의당 대표로 선출됐다. 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라는 요구, 진보정당을 진보정당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이변을 낳은 것이다. 진보의 가치에 충실하되 대중적인 정당, 사회 진보를 비추는 등대 역할을 하되 수권기반을 넓혀가는 정당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가 그의 어깨에 놓였다. 진보정치는 물론 김종철의 정치적 미래가 그 실현 여부에 달렸다. 그가 당선된 뒤 누군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제 김종철이 정말 잘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