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자연에서 얻는 서비스 가치를 최대로 높이는 방법은 자연을 보전하는 것이다. 유엔이 20년 전 전면에 내세운 생태계서비스 개념이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는 자연의 위대한 능력을 무시하고 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보전은 소위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최근 점점 심해지고 있는 기후위기는 이산화탄소 급증으로 인한 온도 상승에 기인한다. 지구 평균온도가 1도 상승했고, 우리나라는 지구 평균의 두 배씩 뛰고 있다. 극지방 빙하와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는다는 뉴스와, 북미와 호주의 사상 최악 산불뉴스, 아마존의 열대우림 파괴뉴스가 연일 도배되지만 정작 우리나라와는 동떨어진 내용들이다. 과연 우리는 지구 반대편 기후재앙의 피상만 바라보며 남의 집 불구경만 해도 되는 것인가? 우리나라 온도가 이들 나라보다 두 배씩 뛰는 이유는 궁금하지 않나? 단지 북반구 중위도에 위치했다는 지리적 위치 때문으로 치부하면 그만인가?
위대한 자연을 단편적 숫자로 표현하긴 불가능하지만, 간단한 산수를 해 보자. 우리나라 연평균 강우량은 1300㎜가 조금 안 된다. 육지에 내린 비는 흘러서 바다로 가거나 증발산한다. 물이 증발산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한데 상온에서 1ℓ의 물이 수증기가 되기 위해서는 약 560㎉가 넘게 필요하다. 숲이 시원한 이유는 나무가 물을 증발시키며 주변 열을 빼앗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숲이 지속적으로 발달해왔는데 왜 이렇게 온도가 높아지는 것일까?
산림청은 숲을 자연에 맡기면 쇠퇴한다는 엉뚱한 논리로 지난 수십년간 줄기차게 숲의 나무를 베어내왔다. 최근 20년간 숲가꾸기 사업 면적은 국토 전체 산림면적 대비 112%에 달한다. 어린 나무를 베어내는 등 상대적으로 주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작은 사업을 제외한다고 해도 간벌사업 면적만 총 산림면적의 60%에 달한다. 산림청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간벌 후 숲에서 증발하거나 지하로 침투하지 않고 유출되는 물의 양은 사업 전과 비교하여 사업 후 10년간 평균 1.5배나 증가한다고 한다. 산림에서 빗물이 유출되는 양을 대략 50%로 계산한다면 총 강우량의 25%가 증발되지 않고 추가로 유출된다는 말이다. 증발될 수 있는, 연간 320㎜의 물이 간벌지역에서 추가로 흘러나오는 것이다.
믿기 어려운 숫자이지만 정부의 연구결과이니 따라가 보자. 최근 20년간 간벌한 산림면적 중 최소 50%에서만 유출량이 증가했다고 가정해보자. 약 2만㎢에서 증발될 수 있었던 물은 총 60억t이 넘는다. 이 물의 기화를 위한 열량은 무려 3500조㎉나 된다. 휘발유 1ℓ의 열량은 약 7500㎉이다. 매년 무려 4600만t의 휘발유가 만들어낸 열을 다시 흡수할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소비된 휘발유 총량의 무려 35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단지 숲가꾸기라는 사업의 중단만으로도 우리나라 대기 중에 떠도는 엄청난 열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온도가 그만큼 낮아지니 폭염재난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자연의 위대함이다. 과연 과도한 화석에너지 소비로 발생해 떠도는 열을 흡수할 방법이 이것 말고 있는가? 허무한 숫자놀음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위대한 숲을 제대로 활용할 지혜를 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