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경의 S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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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버닝썬’ ‘n번방 사건’ 등 디지털 성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건의 피해자에는 미성년자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혹시 나도 모르는 어디선가 피해를 보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무서워졌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예방법, 대처법에 대해 알고 싶어져 찾아보던 중, 제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예방법·신고하는 곳·방법 등에 대해 잘 모른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성교육을 배울 때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 친구들도 거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았다던가 조금만 배웠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서은진 학생)

“매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면서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위험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정말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n번방 사건 중 ‘지인능욕방’에 대해 의원님도 기억하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당시 지인능욕방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상당수가 아동·청소년이었습니다. 제 주변에도 피해자를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심각했습니다.(…)성인지감수성을 높이고, 양성평등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내용을 보완하고 디지털 성범죄 교육을 의무화하고, 성교육 표준안의 개편과 더불어 아동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교육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윤류희 학생)

월드비전 아동권리위원회 대표단으로 활동하는 학생들이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한 성교육 개편을 요구하는 입장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월드비전 제공

월드비전 아동권리위원회 대표단으로 활동하는 학생들이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한 성교육 개편을 요구하는 입장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월드비전 제공

월드비전 아동권리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아동·청소년 126명이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국회에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성교육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아동 청소년들이 만든 정책제안서는 지난 20일 정부와 국회에 전달됐다.

월드비전 아동권리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 피의자의 18.7%, 피해자의 12%가 19세 이하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위험성이 드러난 랜덤채팅의 경우 미성년자에게 성적인 목적으로 대화를 하는 경우가 76.8%로 나타났다”며 “코로나로 인해 아동들이 온라인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에서 만든 ‘성교육 표준안’이 2015년 이후 한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성교육이 형식적이고 시대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접하고 빠르게 수용하는 청소년들에게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고 양성평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교육 표준안에 n번방 사태로 심각성을 드러낸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대처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어떤 행동을 통해 나도 모르는 사이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을지, 범죄에 가담하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 등 경각심을 높이는 자세한 내용이 없이 아동들은 ‘친구 몸을 허락 없이 사진 찍어 올리지 말라, 신체 사진을 찍지 말라, 랜덤채팅을 하지 말라’는 일차원적 권고만 듣고 있다”고 했다.

[이영경의 Stage]디지털 성폭력이 일상을 위협하는 10대들 “성교육부터 바꿔라”[플랫]
월드비전 아동권리위원회로 활동하는 손승하 학생(위)과 엄채원 학생(아래)이 국회에 보낸 편지. 월드비전 제공

월드비전 아동권리위원회로 활동하는 손승하 학생(위)과 엄채원 학생(아래)이 국회에 보낸 편지. 월드비전 제공

“최근 교육청이나 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을 위한 안전수칙’이 배포되었지만 교사가 취사선택하여 수업을 해야만 학생들에게 전달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의무시간을 채우기 위한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아동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교육, 학생들이 민감성을 높이고 대응능력을 키울 수 있는 내용을 담길 희망합니다.”

기존 성교육이 일방적인 강의 등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교육의 다양한 형태를 확인한 결과 강의식, 가정통신문 형식, 암기를 하는 학습지 형식, 복도에 포스터 붙이는 활동 등의 경우가 많아 학생들은 성교육에 대한 기대감이 없고, 집중하기도 어렵다”며 “모든 아동이 소외되지 않고 기억에 남는 성교육이 될 수 있도록 토론·토의 등의 참여형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에 일으키는 파장을 생각했을 때 아동 시기에 올바른 성교육을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하는 것은 한 아동의 인생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han.kr

[이영경의 Stage]디지털 성폭력이 일상을 위협하는 10대들 “성교육부터 바꿔라”[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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