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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말이 맞다

입력 2020.10.22 03:00

수정 2020.10.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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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사무에 대해 국회가 국정감사를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했다. 하여 내년엔 국정감사 사양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다고 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감사를 받는 기관의 장이 저렇게 ‘불경스러운’ 얘기를 할 수 있다니, 역시 이재명이었다. 그는 그동안 중요한 문제와 마주칠 때마다 꼬장꼬장하게 정면 돌파를 해 눈길을 끌었는데 이번의 경우는 조금 더 특별해 보인다. 의제가 ‘국가-지방’에 관한 것이라 그렇다. 성남시장 이재명이 2016년 6월 국가의 지방재정 정책에 항의, 광화문광장에서 단식투쟁을 하면서 ‘국가-지방’ 의제를 공론에 올린 것이 기억난다. 당시 그는 박근혜 정부가 지자체 밥줄을 끊으려 하니 자신은 곡기를 끊겠다고 결기를 보였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대통령을 비판하며 단식투쟁을 벌인 지방자치단체장은 그가 처음일 거라는 점에서 관심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그 후로는 이재명이 ‘국가-지방’ 의제를 제기했다는 기억이 없다. 그래서 그가 경기도지사가 되더니 아쉬운 게 없어졌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경기도는 인구나 살림살이 규모가 다른 시·도에 비할 수 없이 크고, 수도권이라는 기득권 동맹의 일원인지라 그가 ‘지방’ 문제에 무심해졌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는 여전히 ‘지방’의 문제를 직시하고 있는 것 같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방사무에 대한 국정감사가 부당하다는 그의 주장은 옳다. 그런 국정감사는 법적 근거도 없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7조는 국정감사 대상을 국가기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는 특별시와 광역시·도로 하되 그 범위를 국가위임사무와 국가가 보조금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한정한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를 아무렇게나 하지 못하도록 대상과 범위를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법률이 안 지켜지고 있다. 국정감사에 나선 국회의원들의 요구는 무차별적이다. 법률이 규정한 대상과 범위를 넘어서는 것을 당연한 관행으로 여긴다. 시·군·구 단체장의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이재명 지사는 이에 대해 “시할머니가 며느리 부엌살림 간섭도 모자라 며느리에게 손자며느리 부엌까지 요구하는 격”이라고 쏘아붙였다. 수천건의 자료 요구는 물론 마감시간을 코앞에 두고 자료를 요구하는 것도 다반사라 한다. 이 때문에 광역지자체 공무원은 물론 기초지자체 공무원까지 밤을 새우는 게 보통이란다.

이런 국정감사의 ‘관행’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겠으나 만일 그것이 지방권력의 자기규율 능력에 대한 의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판단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를 받고 있고, 또 행정기관으로서 감사원의 기관감사까지 받고 있다. 이런 장치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 너무 커서 감사의 실질적 효과가 없기 때문에 국회가 개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그 지역에서는 제왕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문제의 해결을 국회의 개입을 통해 도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왕적 지방자치단체장의 문제는 지방의회의 권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국회의원들은 지방의회가 약해서 믿을 수 없다고 할지 모른다. 그런데 지방의회가 약하다면 그것은 지방의원의 무능과 나태 때문이 아니라 국회의원 탓이다. 국회는 제도적으로 지방의회가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아주 협애하게 만들어놓았다. 그러니 힘이 약할 수밖에 없다. 누가 만약 우리나라 지방의회의 허약함을 지방의원의 무능 탓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희생자 비난론’이다. 어디 그뿐인가? 국회의원들은 정치적으로 지방의회 의원들을 얼마나 허약하게 만들고 있는가? 국회의원들은 지방의원들에 대해 생살여탈권을 가지고 있다. 공천권이다. 과거 국회의원들은 공천권으로 지방의원들을 자신들의 수족처럼 부리려고 했고 그것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가사무를 지방사무로 이양하는 일에는 인색하면서 국가위임사무를 빌미로 지방자치단체에 범위를 넘어선 국정감사를 하고 있는 국회 권력은 이런 문제점에 대해 심각한 성찰을 해야 할 것 같다. 국회가 지방자치단체 국정감사를 통해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가 지방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여의도의 파당적 정쟁을 지방으로 확산하는 집단감염의 현장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국감을 내년에도 되풀이해야 할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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