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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여야, 산다

입력 2020.10.23 03:00

수정 2020.10.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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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며칠 후, 신문에서 본 어느 ‘자원순환센터’는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로 변해 있었다. 명절 탓만은 아니다. 쓰레기는 코로나19 감염증 발생 후 배달이 늘면서 폭증했다. 아니 사실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쓰레기는 넘쳐났다. 어디 플라스틱뿐인가. 여전한 음식물 쓰레기에 ‘패스트 패션’으로 부쩍 늘어난 의류 쓰레기, 유독성 물질이 들어 있는 전자 폐기물. 우리가 쏟아내는 쓰레기는 이제 처리의 한계를 넘은 듯하다. 재사용과 재활용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쌓이는 쓰레기를 감당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그러니 ‘진짜’ 해결책은 쓰레기를 줄이는 것, 덜 쓰는 것이다. ‘절약’은 소비를 계속 늘려야 돌아가는 성장 사회에서는 생소한 말이다. 하지만 소비가 바로 쓰레기로 이어지는데, 절약을 뺀 그 어떤 대책이 효과가 있을까.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상임대표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상임대표

최근 각종 기상 이변을 겪고 기후변화를 우려하며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전환’을 주장하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 에너지전환이라면 우리는 대개 태양광과 풍력 발전 같은 전기를 생각한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최종에너지 소비 구성비’를 보면, 전력은 전체의 19.4%고 나머지는 석유 50.2%, 석탄 13.9%, 천연가스 11.4%로 대부분 화석연료다. 지금의 전기를 전부 재생에너지로 생산해도, 전체 에너지의 75% 이상은 여전히 화석연료에서 나온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의 제작에도 화석연료가 필요하다. ‘부문별 최종에너지 소비 구성비’를 보면 산업 61.4%, 가정·상업 17.8%, 수송 18.5%, 공공 2.4%다. 가정의 에너지 절약은 중요하나 그것만으로는 태부족이다. 비중이 가장 큰 산업 부문의 화석연료 에너지를 우리는 얼마나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을까? 수송 부문에서는 전기차가 주목을 받는데, 전기차 제작에도 화석연료가 필요하다. 전기차를 많이 사용하면 전기도 그만큼 많이 든다.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인 리튬은 희귀 금속이다. 전기 충전소를 비롯한 부대시설 건설이나 기존 차량의 폐기에도 화석연료가 들어간다. 그래서 전기차 보급 못지않게 적절한 공공 교통의 확충이 중요하다. 멀리 이동할 필요가 없는 생활 환경 조성이 가장 상책이다. 교통 적체라며 도로를 건설할 생각을 하지 말고 교통량을 줄여야 한다. 결국, 에너지전환을 해도 에너지를 덜 써야 한다. 에너지전환은 재생에너지와 함께 ‘적은’ 에너지도 고려해야 한다(웬델 베리). ‘축소’는 성장 사회에서는 가당치 않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축소 없는 ‘전환’만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유효한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할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오늘날 문제는 ‘결핍’이 아니라 ‘과잉’에 있다. 물론 아직 기본적 필요도 충족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그것은 결핍이 아니라 ‘편중’과 ‘분배’의 문제다. 부침이 있었어도 산업화 이후 지금까지 세계는 성장을 거듭해왔다. 성장할수록 행복해진다면, 이 세상은 이미 낙원이어야 한다. ‘절약’과 ‘축소’는 어쩔 수 없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성장으로는 ‘좋은 삶’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불평등과 착취를 지렛대 삼아 거듭해온 성장으로는 당면한 사회적, 생태적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이 위기는 성장의 실패가 아니라 성장의 성공으로 일어났다. 그러니 해답은 성장에서 자발적으로 벗어나는 것이다. 줄여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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