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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미원조 유감

입력 2020.10.23 20:41

수정 2020.10.2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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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인민해방군의 한국전쟁 참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출처 베이징 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인민해방군의 한국전쟁 참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출처 베이징 AFP·연합뉴스

한국전쟁 당시 동부전선의 고지 쟁탈전을 그린 영화 <고지전> 후반부에 등장하는 중국군과의 전투신은 인상적이다. 비가 내리는 칠흑 같은 한밤의 전장에 돌연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며 중국군의 야습이 시작됐다. 조명탄 불빛으로 사위가 밝아지자 끊임없이 밀려드는 중국군의 엄청난 규모에 국군은 경악한다.

한국전쟁에서 미군은 중국군의 인해전술에 호되게 당했다. 1950년 11월 개마고원 출입구 황초령 인근의 장진호 일대에서 중국군 12만명과 미군 2만명이 마주쳤다. 중국군의 대규모 참전을 알지 못했던 미군이 해병대 1사단을 장진호 지역으로 침투시켰다가 중국군에 포위되면서 전투(장진호 전투)가 벌어졌다. 미 해병대는 영하 30도의 혹한 속에서 사투를 벌이며 가까스로 흥남으로 철수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2500여명이 희생됐다.

1950년 가을부터 한국전쟁은 미·중전쟁으로 전환됐다. 오랜 내전으로 피폐해진 신생 중국은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선뜻 참전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국공내전 때 도움을 준 북한과의 의리도 중요하지만, 패배할 경우 져야 할 부담이 작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까지 점령할 경우 대만과 한반도 양쪽으로부터 포위당할 수 있다는 우려, 재건을 위해 절대적인 협력이 필요한 소련의 뜻을 거스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중국의 항미원조(抗美援朝) 참전을 ‘내키지 않는 적극적 동의’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한국전쟁으로 단절된 미·중관계는 1970년대에 들어서야 정상화됐고, 한·중 수교는 20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한국전쟁은 미·중 갈등이 신냉전으로 치닫는 요즘 상황에서 중국에 애국주의를 다지는 각별한 재료가 된 듯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3일 항미원조 참전 70주년 기념식에서 “참전은 정의로운 행동이었다”면서 “항미원조 전쟁의 고난을 뚫고 거둔 위대한 승리를 기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의도가 무엇이건 한국인들에게 중국의 성대한 항미원조 기념행사는 불편하다. 중국의 참전으로 한국인들의 고통과 희생이 더 커졌다. 한반도 분단을 고착화시킨 중대한 변수이기도 하다. 중국은 70년 전 한국인들이 겪은 고난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수교국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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