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산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점점 ‘도시사막’이 돼간다. 2000년대 들어 더 심화됐다. 지표면 온도는 상승하고, 상대습도는 줄고, 일사량은 늘어난 탓이다. 단지 열섬현상을 넘어 도시기후 자체가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지난 28~29일 한국기상학회 가을학술대회에서 서울대 환경대학원 연구팀이 발표한 서울 날씨 얘기다.
‘강수량 0.0㎜, 강수일 0일.’ 올해 10월 서울에는 공식적으로 비가 한 방울도 안 떨어졌다. 서울 날씨로는 1990년 이래 30년 만이다. 춘천(0.1㎜), 강릉(0.6㎜), 인천(1.9㎜)의 강수량도 10월 역대 최저다. 그나마 11월1일은 전국에서 오랜만에 단비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올여름 54일간 이어진 역대 최장 장마도 언제 그랬냐는 듯싶다. 한반도 기후가 건기·우기로 시기별로 잘라지며 아열대화되는 모양이다.
사실 국내 상황은 해외에 비하면 가뭄 축에도 못 낀다. 미국가뭄관측소(USDM)는 미 서부 3분의 1 이상이 ‘극심한 가뭄’ 또는 ‘예외적 가뭄’에 빠졌다고 했다. 5단계 중 가장 심각한 두 등급이다. 미 남서부는 1200년 만에 10년 이상 이어지는 ‘메가 가뭄’이 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가뭄의 후폭풍은 대형 산불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선 피해 규모가 컸던 6개 산불 중 5개가 올 8~9월에 발생했다. 호주의 남동부 산불은 지난해 9월부터 9개월이나 이어졌다. 화재가 7만6000여건 일어난 아마존은 불타는 정글이다. 근본 불씨는 기후 온난화라는 데 이견이 없다.
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 선언’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2050년이면 기후위기 충격이 걷잡을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그간 늘어난 이산화탄소를 바다가 90% 이상 흡수해왔으나, 그즈음 임계점을 넘어서면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널 수 있다. ‘기후악당’으로 지목된 한국의 넷제로 선언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경제선진국으로서 체면은 섰다. 문제는 실천”이라고 했다.
이제 고통의 시간이 다가온다. 기후변화로 가뭄·홍수·산불·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을 달고 살지, 당장 행동에 나설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2050년 넷제로는 지금 시작해도 될락 말락 하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