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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UPH(unit per hour)

입력 2020.11.01 20:22

수정 2020.11.0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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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

1936년에 공개된 영화 <모던 타임즈>에서 주인공 리틀 트램프(찰리 채플린 역)는 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는 제품의 나사를 조이는 것이 업무다. 잠시 쉬려 해도 사장이 텔레스크린에 등장해 호통친다. 일에 치인 트램프는 모든 사물을 조이려는 강박증에 걸려 한바탕 소동을 벌이다 정신병원에 끌려간다.

컨베이어 벨트는 조립생산 방식(assembly line)을 구현하기 위해 고안됐다. 미국 미시간주의 포드 자동차 공장(하이랜드 파크)은 4층에서 시작된 작업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자동차가 점차 완성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노동자들은 제자리를 지키며 할당 업무만 완수하면 되는 방식으로 노동효율을 극대화했다. 포드 자동차의 모델 T는 이런 방식을 통해 730여분의 조립시간이 93분으로 단축됐다. 테일러리즘, 포디즘 등 과학적 경영관리법은 시간·동작연구를 바탕으로 설계한 표준작업량을 도입해 노동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인간을 기계의 일부로 전락시켰다는 비판, 노동자들에 대한 불신에 기초한 ‘저신뢰 체제’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택배노동자들의 잇단 죽음으로 과학적 경영관리법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물류·배송기업의 ‘시간당 생산량’(UPH·Unit Per Hour)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12일 숨진 쿠팡 칠곡물류센터 노동자의 유족들은 UPH 때문에 죽음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은 PDA(개인정보단말기)로 물품마다 바코드를 찍으면서 진열하는데 이를 통해 업무속도가 실시간으로 전산에 기록된다. 관리자들은 UPH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평균 작업속도에 미달된 직원을 방송으로 호명하며 채근한다. 스피커에서 ‘○○씨 빨리 움직이세요’라는 재촉이 계속되는 작업장은 <모던 타임즈>와 다르지 않다.

물류업체의 노동통제 시스템을 없앤다고 다 해결되지는 않는다. 한국의 ‘속도전’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비극은 계속될 것이다. ‘총알배송’ ‘로켓배송’ 구호 아래 노동자들을 돌격시켜온 기업의 배송 시스템은 소비자들이 가담함으로써 유지된다. 소비자들이 불편을 결단해야 죽음의 행렬이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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