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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받을 자격

돌아보면, 나는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힘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내가 작가 김민섭으로든, 개인 김민섭으로든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늘 있었다. 그들은 나의 책을 읽고 여기저기에 읽은 티를 내주었고, 내가 하는 일들에 어떤 식으로든 함께해 주었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응원하는 사람 2000명이 있다면 창작자는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작가뿐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모든 개인이 그러할 것이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내가 그간 만난 대부분의 작가들도 자신을 읽어주는 사람의 소중함을 잘 알았다. D작가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이름을 팔로해 두고 서평이 올라올 때마다 가서 하트를 누른다. 첫번째로 누르는 건 민망해서 다른 사람의 반응을 좀 기다린다고 한다. 그때 곁에 있던 S작가는 자신의 서평이 올라온 걸 보고 기뻐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댓글을 달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 독자가 곧 그 글을 삭제했다”며 “함부로 댓글을 달면 안 될 것 같아서 민망해졌다”고 덧붙였다. 내가 아는 많은 작가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 본다. 누군가가 서평이라도 혹시 쓰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응원하는 마음뿐 아니라 응원받는 마음도 중요하다. 타인을 어떠한 마음으로 응원해야 할지, 무엇보다도 어떠한 마음으로 그 응원을 받아야 할지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내가 응원하는 야구팀은 올해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작년에 친구와 함께 야구장을 찾았던 날, 나와 이름이 같은 선수가 연장 12회말 끝내기 안타를 쳤고, 나는 그날 그 선수의 유니폼을 샀다. 실로 마법과도 같은 승리였던 것이다. 그 이후로 왠지 마법처럼 지는 날이 많기는 했으나, 야구장을 자주 찾았다.

이 팀의 응원단장은 마법사처럼 보인다. 창단 이후 계속 하위권을 맴도는 동안 팬도 응원단도 힘들었을 것이다. 내가 야구장을 찾았던 그날도 팀은 지고 있었다. 응원의 목소리도 계속 잦아들었다. 어느 선수의 실수로 점수가 더 벌어졌고 관중들은 그를 탓하며 그의 이름을 서로 주고받았다. 그때 그는 모두에게 부탁하듯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우리 선수예요. 우리가 응원하지 않으면 누가 응원하겠어요. 격려의 박수를 쳐 주세요.” 그러고는 “여러분, 지금 우리가 3점차로 지고 있지만, 3-0이 아니라 10-7쯤 되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아무것도 아닌 거예요. 안 된다고 못한다고 말고, 긍정적으로!”하고 말했고, 이 팀의 관중들은 익숙하게 “긍정적으로”라는 말을 따라했다. 그 이후에, 마치 마법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나도 홈팀의 역전을 상상하며 흥분하게 됐다. 그때 그는 “여러분, 상대팀은 강팀이에요. 모두 경거망동하지 마시고, 차분하게 응원합시다”라면서, 응원하는 사람도, 응원받는 사람도 너무 들뜨지 않게 분위기를 조율했다.

내가 야구장을 찾는 건 야구보다도 어쩌면 응원할 대상이 필요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조건 없이 긍정의 마음으로 누군가의 잘됨을 응원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것이 오늘의 승리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그러한 진심이 타인에게,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전해지기 마련이다. 언젠가 모 독자가 “이 작가가 잘되면 좋겠다. 그의 잘됨이 우리의 잘됨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라는 알 수 없는 서평을 써 둔 것을 읽었다. 2000명이 아니라 단 한 사람에게라도, 그런 응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덕분에 조금이라도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다만 응원하는 일보다도 자신에게 전해진 응원을 어떠한 태도로 받는가 역시 돌아보아야 한다. 모두가 크고 작은 응원을 받으며 자신의 지금에 이르렀을 것이다. 마음을 다해 응원해온 존재들이 손을 흔들 때 적어도 정중하고 다정하게 응답해야 한다. 그래야만 계속 응원받을 자격이 있다. 타인의 응원으로만 존속할 수 있는 존재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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