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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자 최초의 흑인 부통령.’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자 최초의 흑인 부통령에 오르게 된 카멀라 해리스 후보(56)는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승리 확정 보도 이후 “이번 대선은 미국의 정신과 이를 위해 싸우려는 우리의 의지에 관한 선거”라고 밝혔다. 해리스는 여성이며 흑인으로서 “백인 남성이 장악해온 백악관의 장벽”을 깨뜨린 인물로 역사에 이름을 새기게 됐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도 그는 새 길을 연다.

77세인 바이든 후보의 나이를 감안할 때, 이대로 부통령이 된 후 능력을 인정받으면 2024년 대선에 나설 민주당 후보를 뽑기 위한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 자리에 오르기 위한 경쟁에서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앞서갈 수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후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퍼스트 세인트 존 대성당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Getty Images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후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퍼스트 세인트 존 대성당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Getty Images

이날 해리스 후보는 바이든 후보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승리의 기쁨도 나눴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바이든 후보와 전화 통화를 하는 짧은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통화에서 “우리가 해냈다. 조, 우리가 해냈다”라면서 “당신이 이제 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공원에 있었으며 통화를 하면서 밝은 웃음을 터뜨렸다. CNN방송은 이 영상은 해리스 후보의 남편인 더그 엠호프 변호사(56)가 직접 촬영한 것이라고 한 보좌관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해리스 후보는 1964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인도 이민자로 UC버클리에서 공부한 유방암 전문가였고, 아버지는 자메이카 이민자로 UC버클리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스탠퍼드대에서 교수로 지냈다.

해리스는 이민자 자손인 것에 당당했고 “우리가 어떻게 생겼고 어디에서 오고 누구를 사랑하든 모두 환영받는 미국”(8월19일, 민주당 전당대회 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꿈꾼다고 말해왔다. 흑인 대학인 ‘하워드대’가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해리스는 회고한다. 그는 정치·경제학을 전공했고 학생 대표로서 ‘선출직 리더’의 자질을 스스로 확인했고, 흑인 인권 운동에도 열성적인 때였다. 캘리포니아 헤이스팅스 로스쿨을 졸업한 후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2004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를 거쳐 201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흑인과 여성을 통틀어 처음으로 법무장관에 선출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7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부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가 확전된 후 지지자들이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의 사진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P연합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7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부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승리가 확전된 후 지지자들이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의 사진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필라델피아|AP연합뉴스

2016년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며 워싱턴 정가에 들어간 뒤에는 ‘전사’로 통했다. 특히 2018년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청문회 때 송곳 질문으로 ‘청문회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면서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올라갔고,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후로도 코로나19와 인종차별을 고리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며 지지를 끌어모았다. 해리스 후보는 또한 워싱턴 정치인의 전형성을 벗어난 행보로도 주목받았다. 그는 지난 9월7일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방문하면서 검은색 스키니진과 ‘컨버스 운동화’를 신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미국에서 이 운동화는 ‘문화적 쿨함’의 상징이다.

해리스의 존재는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흑인과 아시아계의 혼혈 여성인 그는 백인 남성이 주류인 미국 정치권에서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이민제도와 의료보험 시스템 개혁 등 진보적 공약을 내놓았다. 이런 배경과 정치 이력을 가진 해리스 상원의원이 부통령에 당선될 경우 미국 정부에서 여성과 유색인종을 위한 더 실효적인 정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사상 여성으로서는 세 번째, 흑인·아시아계 이민자 자손으로서 처음 부통령 후보에 올랐던 그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겼고 어디에서 오고 누구를 사랑하든 모두 환영받는 미국을 꿈꾼다”고 말했다.

미 초당파적 입법정보 공유 사이트인 고브트랙(GovTrack)은 그를 두고 “100명의 상원의원 중 가장 진보적인 의원”이라고 했고, 뉴욕타임스는 “실용적 온건주의자”라고 평가한다.

임신중단과 마리화나 합법화에 찬성하며 총기 규제는 엄격하게, 반이민 정책은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환경 규제 강화를 주장해왔고, 공공의료 확대에도 긍정적이다. 사법제도 개혁을 주장하지만 사형제와 관련해서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해리스 후보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메디케어 포 올’(전 국민 단일 의료보험)에 서명했다가 추후에 철회했다. ‘부자 증세’에 관해선 민주당 내에서 상대적으로 온건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향미 기자 sokhm@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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