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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 관점으로 ‘수제자 베드로’에 의문을 품다

입력 2020.11.09 21:32

수정 2020.11.09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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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후계자들’ 펴낸 정기문 군산대 사학과 교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잡혀가기 전 만찬 정경을 그린다.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는 예수의 말에 제자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인다. 베드로(그림 중앙 예수의 왼편 두 번째)는 요한(예수 왼편)에게 누가 배신자인지 물어보려는 듯 일어서고 있다. 가리옷 유다(베드로 아래)는 손에 있는 주머니를 통해 범인임을 암시한다. <예수의 후계자들>은 역사학 관점서 예수 사후의 후계권 다툼을 통해 초기 기독교 역사를 다차원적으로 생각하게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잡혀가기 전 만찬 정경을 그린다.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는 예수의 말에 제자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인다. 베드로(그림 중앙 예수의 왼편 두 번째)는 요한(예수 왼편)에게 누가 배신자인지 물어보려는 듯 일어서고 있다. 가리옷 유다(베드로 아래)는 손에 있는 주머니를 통해 범인임을 암시한다. <예수의 후계자들>은 역사학 관점서 예수 사후의 후계권 다툼을 통해 초기 기독교 역사를 다차원적으로 생각하게 한다.

신앙의 입장 벗어나 살펴보면
사도들의 ‘노선 투쟁’ 드러나
여성 지도자 마리아 막달레나는
현재와 다른 당대의 권위 보여

“예수의 진짜 가르침 복원하려면
성경 66권에 대한 집착 버려야”

“20세기에 초기 기독교 문헌이 여럿 발굴되면서 ‘정통 교회’에 의해 폭압적으로 잊힌 목소리가 드러나게 됐죠. 하지만 한국 신학자들은 대부분 연구를 안 해요. 가치 없는 이단 문서라고 그냥 보지 말라고 하죠. 하지만 원시 기독교 역사를 들여다봄으로써 예수의 원래 가르침에 더욱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거의 모든 기독교 신자는 베드로를 예수의 수제자로 여기고, 특히 가톨릭에선 최고 지도자인 교황이 베드로의 후계자를 자처한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마태오 복음서’에 나오는 “너는 베드로이다. 내(예수)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라는 구절이다. 하지만 <예수의 후계자들>(사진)은 예수 사후 그의 신앙을 가장 잘 계승한 사도가 베드로라는, 그 ‘진실’에 물음을 제기한다.

정기문 교수

정기문 교수

정기문 군산대 사학과 교수는 지난 3일 전화인터뷰에서 “원시 기독교 지도자들이 행했던 ‘검열’에 의해 목소리를 잃었던 ‘소수’ 교파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시도”라며 “신학적 관점이 아닌 역사학의 관점으로 보면 시대 상황 속에서 예수의 행적과 기독교를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심 주장은 예수 사후 그의 가르침을 계승한 여러 집단이 존재했고, 이들의 주도권 다툼은 예수의 후계자를 누구로 볼 것인가를 두고 벌어졌다는 것이다. “어릴 때 열성 신자라 성경을 많이 읽었는데 모순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이를테면 베드로가 바울이 있던 안티오키아 교회를 방문해 여러 비유대 기독교인들과 식사를 하는데, 예루살렘 교회 수장이며 예수의 형제인 야고보의 제자들이 들어옵니다. 베드로는 이방인들과 식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갑자기 자리를 뜨고, 바울은 격분해서 ‘위선자’라고 나무랍니다. 거룩한 사도들이 싸우다니 이해가 안 됐지요. 이 사건을 교회에선 신앙의 입장에서만 설명하는데, 각색하지 않고 보면 ‘노선 투쟁’이 있었던 것이죠.”

1945년 이집트 나일강 상류에서 발견된 ‘나그함마디 문헌’은 초기 기독교 역사 연구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꿨다. 이들 문헌은 4세기 말 정통 교회 지도자들의 소각 명령에서 살아남은 것들인데, 대부분 후대에 이단으로 분류된 ‘영지주의’ 신앙을 담고 있었다. 특히 ‘토마스 복음서’는 예수를 구세주로 믿어 구원받는다는 타력 신앙 대신 스스로 지식(진리)을 찾아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자력 신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문서들의 구성과 저술 시기를 검토해보니, 오늘날 정통 교회 교리가 예수의 가르침에서 직접 유래한 것이 아닌 후대에 ‘2차 가공’됐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예수에게서 거대한 강이 흘러나와 그 물줄기가 사도와 주교를 거쳐 정통 교회로 이어지는 일직선적 발전이 아니라, 예수에게서 여러 작은 시냇물이 흘러나왔으며 후대에 정통 교회로 성장하는 원정통교회도 그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역사학 관점으로 ‘수제자 베드로’에 의문을 품다

원시 기독교에서 최고 권위였지만, 현재는 중요성을 상실한 대표적 인물이 야고보다. 예수의 인간 형제인 야고보가 예수의 신성을 높이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 데다, 유대인 중심 신앙을 추구한 그의 세력이 기원후 70년대 이후 ‘유대 반란’ 여파로 소멸하면서 점차 위상과 역할이 낮춰졌다는 설명이다. ‘의심 많은 제자’ 토마스도 기존 평가와 달리 용감한 제자이고, 예수로부터 ‘쌍둥이 토마스’라 불릴 정도로 사랑받았다고 한다. 예수를 팔아 넘긴 가리옷 유다는 <유다 복음서>가 발견되면서 그의 배반이 예수의 수난 완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는 ‘협력자’적 측면이 조명됐다.

오랫동안 ‘한미한 자’로 여겨졌던 인물이 당대에는 매우 중요했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으니, 마리아 막달레나다. 오래전부터 그가 예수의 애인이라거나 심지어 ‘창녀’라는 주장이 있어왔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나 영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이 이러한 상상을 부추겼으며, 소설 <다빈치 코드>는 둘이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는 설정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마리아 막달레나는 여성 제자단의 최고 지도자이자, 든든한 재산으로 예수와 제자들을 후원하는 권위자였다고 책은 전한다. 예수 부활의 첫 목격자라는 기록에서 그러한 권위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후대 기독교 지도자들이 남성 중심 사회의 구조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 속에서 그의 권위를 ‘비열하게’ 깎아내렸다는 것이다. “예수가 꿈꾼 하느님 나라는 계급도 없고, 성도 없는, 차별 없는 세상이잖아요. 당시 남녀평등이 오늘날 의미는 아니었겠지만, 여성도 평등하다 가르쳤고 따르는 사람도 많았겠죠. 하지만 가부장주의가 강했던 고대 로마 세계에서 점차 낮아졌던 거죠.”

유대인의 종교에서 세계 종교로 바뀌어가고, 살아남기 위해 로마의 규범을 수용하면서 정통 교회의 가르침이 만들어졌다. 그 과정에서 베드로를 예수의 후계자로 두고, 요한과 바울을 그에 버금가는 동역자로 설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 바깥에선 진척된 연구들인데 국내에선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에 대해 정 교수는 아쉬움을 표했다.

“제도권 교회는 원래 예수의 가르침과 멉니다. 고대적 세계관으로 편집한 문서를 현대에 그대로 들이대는 거잖아요. 예수의 진짜 가르침을 복원하려면 성경 66권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외경 등 여러 문서들을 검토해 초기 예수의 말씀이 무엇인지 찾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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