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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입력 2020.11.13 03:00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 김장

김장철이다. 시장에 나가보니 톡톡 튀는 살아 있는 동백하가 짝으로 들어오고 있다. 무 넣고 시원하게 국 끓여도 맛있지만, 역시 김장김치에 넣기에 제격이다. 새우젓도 많이 나와 있다. 질 좋은 놈들은 윤기가 반짝거리고 통통하다. 국내산 오젓을 그득 담아놓은 함지가 유난히 눈길을 끈다. 수입한 것도 많다. 요즘 중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시아산도 들어온다. 요즘 유행은 달이고 거른 액젓을 많이 쓴다. 김장 맛도 다이어트하고 있는 것일까. 젓갈이 걸게 들어가서 묵직하게 오는 김장김치는 확실히 적어진다.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김장은 제 철에 나는 거의 모든 재료를 포용할 수 있다. 특히 바닷것을 넣는 방법들이 많다. 봄에 잡힌 꽁치로 담가 삭힌 젓갈을 쓰는 동해안 남부식 김장도 있고, 서해와 남해안에서는 은분이 거울처럼 반짝이는 갈치를 썰어 넣기도 한다. 굳이 비싼 큰 갈치보다 자잘한 갈치가 어울린다. 생태를 넣어도 맛있다. 돼지고기, 닭고기를 넣는 김장도 과거에는 있었으니 생선 넣는 게 색다른 것도 아니다.

김장 풍습도 다른 것처럼 거의 전국이 어슷비슷해진다. 집집마다 다르다고 해도 큰 얼개에서 보면 큰 파격은 잘 보이지 않는다. 뭐든 그렇지만 맛도 전국화되어 버리고 있는 형국이랄까. 그나마 날생선 잘 골라 넣는 것이 색깔이 다른 김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젓갈이 아닌 기름진 날생선을 넣는 것은 좀 일찍 먹는 김장에 어울린다고 한다. 오래 두면 너무 삭아서 김장을 무르게 한다. 굴과 오징어 같은 것도 얼마나 좋은가. 올해 잔 갈치가 싸다. 기필코 갈치 김치를 담그리라. 한겨울에 갈치 많이 넣은 차가운 배추김치를 한 통 꺼내어 쓱쓱 썰어 먹는 맛은 형언키 어렵다. 술 안주로도 기가 막히다. 차가운 막걸리 한 병이면!

옛날 어머니 김장은 그다지 풍요롭지 못했다. 돼지고기 수육이나 생굴을 곁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루 전 미리 멸치젓을 달이면 어린 나는 그 냄새를 못 이겨 종일 밖에서 놀다 들어오곤 했다. 그래도 집 안 구석구석 그 냄새가 배어 한동안 괴로웠다. 이제는 그리운 냄새가 되었지만, 어머니는 멸치젓 기본에 서울식으로 마포 새우젓을 넣고 김장을 하는데, 겨우내 식구가 여유 있게 먹을 요량이면 100포기도 적다고 했다. 다 돈이 맞아야 하니, 어머니는 쉰 포기나 겨우 했다. 아끼고 아껴 먹는 김장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김장을 스무 포기 할까말까 한다. 그래도 김장이 남아서 이듬해까지 살아남는(?) 묵은지가 되기도 한다. 된장 담그고 간장 빼고 고추장 익히는 집은 점점 크게 줄지만 다른 건 몰라도 김장은 많이들 한다. 시장에 도는 활기를 보니 아직 우리는 김장만큼은 포기하지 않은 모양이다. 다행히도 올해 김장 비용이 아주 비싸지는 않을 거란다. 김장 하면 1년이 끝난다. 연세 지긋한 어른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김장을 하겠나 싶어서 코끝이 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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