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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영의 사회학

입력 2020.11.13 03:00

수정 2020.11.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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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문화사회학회가 월례 콜로키엄을 열었다. 코로나 때문에 화상으로 한다고 알렸는데도 번거로운 방역 절차를 마다치 않고 적지 않은 참여자가 직접 현장에 나왔다. 그동안 얼굴을 마주하는 학술 활동에 목말라서 그렇기도 했지만, 발표자가 이론사회학자로 이름 높은 김덕영이었기 때문이다.

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

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

작년에 그가 펴낸 <에리식톤 콤플렉스>를 중심으로 논쟁적인 발표와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다. 동료 학자가 쓴 글을 읽지 않고, 설사 읽었다 해도 진지하게 논평하거나 인용하지 않으며, 오로지 외국 학술지에 점수따기용 영어 논문 출판에 몰두하는 한국학계의 우스꽝스러운 현실에서 모처럼 공부를 업으로 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김덕영이 누구인가? 사회학 이론 하나를 붙잡고 고된 학문의 길을 소명 삼아 터벅터벅 홀로 걸어온 그가 아니던가? 그동안 번역한 사회학 고전이 줄잡아 얼마던가? 지나치게 마르크스에 편향된 한국학계에 지멜과 베버를 번역해서 지적 균형을 잡아주었다. 지멜만 해도 손으로 헤아리기 벅차다. <돈의 철학> <렘브란트>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예술가들이 주조한 근대와 현대> <게오르그 짐멜의 모더니티 풍경 11가지> <근대 세계관의 역사> <개인 법칙> <돈이란 무엇인가>. 베버는 또 어떠한가? 한 손으로 쥐어지는 얇은 고전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충실한 각주를 단 두툼한 책으로 탈바꿈했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니던 시절 우리 언어로 쓰인 고전이 없어 무척이나 고생했던 것이 떠오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일본 번역서를 중역한 ‘고전’은 거듭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몰랐다. 세 번 읽어도 뜻이 안 통하면 다음 중 하나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내 머리가 나쁘다. 번역이 형편없다. 내 머리가 나쁘고 번역도 형편없다.

이제 이런 고생 끝이다. 김덕영의 한글을 읽으면서 지멜과 베버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사회학 이론 수업에 김덕영의 책을 학생에게 읽히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김덕영이 직접 쓴 이론서는 또 어떠한가? 번역을 넘어 이 땅의 시각으로 고전을 재해석했다. <막스 베버, 이 사람을 보라> <막스 베버> <현대의 현상학> <논쟁의 역사를 통해 본 사회학> <짐멜이냐 베버냐> <에밀 뒤르케임> <사회의 사회학> <루터와 종교개혁> <국가 이성 비판> <프로이트 영혼의 해방을 위하여> <이론 경험 실천>. 여기에다 사회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를 탐구했다. 지난번 콜로키엄에서 발표한 책은 물론 <환원 근대>와 <입시 공화국의 종말>이 좋은 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작업을 ‘특활비’는 물론 어떤 국가 제도의 뒷받침도 없이 홀로 해냈다는 사실이다.

학술을 진흥한다는 한국연구재단이 있다지만 성장 담론에 사로잡혀 인문사회과학은 찔끔 지원하고 그나마 지원자 대부분을 탈락시켜 원한의 멍울만 키운다. 김덕영 같은 대학 제도 ‘밖’ 연구자는 아예 신청 자체가 어렵다.

하지만 대학 제도 밖에서 학문의 길을 가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랴? 이들이 열악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 거저 베푸는 선물을 생각하면, 마음속에 당연히 감사하는 마음이 솟구쳐 올라 보답해야 하는데도 뻔뻔스럽게 나 몰라라 한다.

광폭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바람을 타고 공학 마인드를 지닌 CEO 총장이 대학을 하나둘씩 꿰차면서 대학 제도는 자율적인 학문의 장을 포기하고 오로지 돈벌이와 생존 투쟁에 몰두해왔다.

이제 학문의 장에서 남은 유일한 희망은 대학 밖의 김덕영이다. 우리 사회가 불멸하려면 그로부터 받은 ‘선물’에 ‘감사’하고, 선제적으로 또 다른 ‘수많은 김덕영’에게 되돌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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