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탈퇴’한 미국, CPTPP 복귀 땐 한국 동참 요구 예상
“RCEP에 미 우방 호주·일본 참여…외교로 풀 문제” 반론
문재인 대통령과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15일 청와대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중국이 포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15일 체결되면서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재가입 등을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와 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당장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극복과 일자리 창출 등 국내 현안 해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이에 따른 미·중 무역갈등이 불거지면 한국이 ‘양자택일’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RCEP와 유사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경제공동체인 CPTPP는 2016년 체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비롯됐다. 미국이 주도해서 중국 견제를 위해 만든 TPP는 일본, 호주 등 12개 국가가 참여한 자유무역협정(FTA)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바이든 부통령도 TPP 체결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미국 중심 보호무역주의와 양자 무역협정에 집중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 TPP 탈퇴를 선언했고, 나머지 국가들은 일본을 중심으로 CPTPP로 명칭을 바꿨다.
RCEP가 체결됨에 따라 미국은 CPTPP 복귀 또는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다자간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6일 “바이든 당선자가 CPTPP 재가입 의사는 밝히지 않았으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 무역체제 부활과 RCEP의 핵심 국가인 중국의 아·태지역 내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CPTPP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WTO 분쟁 해결 절차 등을 강화해 중국 정부의 국영기업에 대한 지원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 회원국들과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바이든 행정부가 CPTPP 재가입을 추진할 경우 한국에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은 RCEP를 통해 무역 통로 다변화 등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테고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비판해 온 미국은 CPTPP 재가입 등 동맹과의 다자주의 복원을 통해 이를 견제하려 할 것”이라며 “향후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면 한국은 어느 쪽에서든 동참이나 동의의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장 양자택일을 고려할 시점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배찬권 KIEP 무역통상실장은 “RCEP에 미국의 핵심 우방인 일본과 호주가 참여하고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도 많다는 점에서 미국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현시점에서 한국이 양자택일을 고민하기보다는 노동·환경 등 바이든이 강조해온 문제들에 대한 수출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대비책 마련이 더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RCEP와 CPTPP 등 거대 경제블록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의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면 정치외교적으로 풀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이번 체결에 대해 “RCEP는 세계에서 참여 인구가 가장 많고 회원 구성이 가장 다원적이며 발전 잠재력이 가장 큰 자유무역구”라며 “이번 체결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승리’”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