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회사의 고위험 상품 투자로 주주들 손해…‘간접 투자’ 정보도 자세한 공시 필요](https://img.khan.co.kr/news/2020/11/15/l_2020111601001519100145491.jpg)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대표 바이오기업 헬릭스미스가 지난달 대규모 유상증자를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회사가 투자한 사모펀드 일부가 부실화되었다는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회사의 주가는 증권신고서 공시일 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2020년 반기까지 총자산의 41%인 1517억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했는데 대부분 위험도가 높은 투자등급의 사모펀드 등에 가입 중이다.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매우 높은 위험 단계인 1등급 사모펀드에 900억원 이상 투자했는데 3분기 결산을 거치며 일부 처분 및 평가손실을 인식할 것이라고 한다. 회사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문제가 된 금융자산의 원금은 415억원으로 이 중 64억원은 회수했고 75억원은 손실 처리했으며 나머지 276억원은 최대한 회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헬릭스미스는 연구개발 중심의 중소 바이오기업이므로 매출은 미미하고 연구개발비 등 지출만 크게 발생하고 있다. 은행에서의 차입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개발자금을 투자자들로부터 조달받았다.
회사의 재무제표를 보면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들로부터 약 4000억원 이상,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1800억원 이상을 투자받았다. 전환사채 투자자는 만기 때 원금을 돌려받거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사채권자들이 주식으로 전환해서 거액의 원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면 좋은데 주가가 급락해버린 상황이니 이제 주식 전환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회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을 목표로 연구개발에 모든 자원을 쏟아붓는 중이므로 이왕이면 투자받은 돈을 조금이라도 더 불리고 싶었을 것이다. 저금리 시대이므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금융자산 투자는 원금 손실 위험이 상존하고 반드시 큰 수익이 붙는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특히 회사 입장에서는 영업 활동에서 아직 돈을 벌지 못하고 있고 투자자들로부터 조달받은 돈이 전부인 만큼 더 소중히 관리했어야 한다.
헬릭스미스의 주주로 참여한 다수의 투자자들은 증권신고서가 공개되기 전까지 이 상황을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최근 반기보고서의 재무제표 주석사항에는 단순히 파생결합증권 56억원, 사모펀드 1461억원에 투자했다는 사실만 공시되어 있다. 주식이나 채권에 직접 투자하면 재무제표 주석사항을 통해 세부명세까지 자세히 공개하지만 사모펀드 같은 간접투자는 그렇지 않다. 회사의 주주 입장에서는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맡겼으니 잘 불려줄 것으로 기대하지, 이렇게 고위험 사모펀드에 투자해서 원금손실이 크게 발생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기업이 고위험의 금융자산 위주로 투자한다는 사실을 재무제표를 통해 미리 알 수 있었더라면 회사의 주주들은 어쩌면 투자자로 참여하지 않을 생각도 했을 것이다.
회사가 금융자산 투자로 손실을 입으면 기업 존속에도 문제가 생기지만 이번처럼 또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충하려 할 것이고 그러면 주주 가치는 계속 희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은 사업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여유자금을 직접 굴리는 것보다 전문 투자기관에 맡기는 게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라임 및 옵티머스 자산운용 사태를 겪으며 유명 펀드도 대규모로 부실화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기업이 분기마다 정기보고서를 통해 재무제표를 공시할 때 간접 투자자산에 대한 정보도 자세히 수록하게 해서 주주들이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