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여성 노동자가 처한 현실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언론이 이에 대해 성인지적 관점에서 의제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10월28일 한국여성민우회는 언론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면서, 돌봄 문제에 대한 보도 비중이 전체 코로나19 위기 관련 보도의 1%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도 내용에서도 ‘워킹맘’ ‘직장맘’ 등의 표현을 통해 돌봄을 여성에게 한정했고, 공적 돌봄 체계가 멈췄을 때 그 대안을 가족의 책임으로 미루는 담론을 생성했다는 점을 비판하였다. 즉 언론이 ‘돌봄 공백’으로 표상한 현실의 이면엔 성별 분업을 자연화하고, 공적 돌봄 체계를 여성의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로 구성해온 우리 사회의 오래된 문제가 있었지만 이에 대한 비판적 의제를 설정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이처럼 코로나19 상황에서 제기되는 각종 ‘위기’ 담론은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폭로하는 장이 되고 있다. 돌봄 공백과 위기는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우리 노동시장에서 공적 돌봄을 여성에게 배당하여 주변화한 문제가 대면이 어려워진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가시화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감염병으로 인해 위기가 발생했고 감염병의 문제는 대면 상황에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면 된다는 식으로 대면이 필수적인 돌봄 노동과 가족 내 돌봄을 담당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무시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는 돌봄은 비대면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디지털 기술에 힘입은 비대면 돌봄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돌봄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정서적, 지적, 신체적 교류를 근간으로 하기에 비대면으로 완전하게 대체될 수 없다. 돌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노동정책은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점점 더 위기로 내몰 가능성이 있다.
물론 돌봄 노동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다수 언론이 노동 현실을 조명하고, ‘중대재해 기업 및 책임자 처벌법’이 왜 필요한지를 알 수 있도록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조명하는 기획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노동 현실에 대한 언론 보도가 더 많이 있어야 하는 것만큼, 노동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성인지적 시각의 보도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여성 노동자를 언제든지 해고 가능한 상황으로 밀어내는 것을 통해 노동과 사회 문제를 해결해온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젠더 미디어 슬랩은 ‘조용한 학살’이라는 표현을 통해, 최근 들어 청년여성들의 자살률이 다른 성별, 세대보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현실을 다루었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의 기저에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청년여성의 실업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것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나듯 우리 사회의 일자리 구조가 갖는 성차별 문제가 자리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의제 발굴은 우리 사회의 위기가 감염병에서부터 촉발되는 것이 아니라 성차별을 근간으로 하는 노동문화 속에 항상 존재하고 있었으나 주목받지 못했던 것임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과학적 성과에 힘입어 백신이 만들어지면 노동의 위기는 사라지는 것일까? 돌봄 노동이 주로 저임금으로 여성 노동자에게 배당되는 상황을 그대로 둔 채 감염병이 종식되고 대면이 가능해져 공적 돌봄이 운용되면 누구의 관점에서 위기 해결이고 공백 해소가 되는 것일까? 가족 내 여성이 아닌 독립적 여성 노동자로 살아가고자 하는 청년여성들의 좌절이 기존의 정책체계로 포함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사회가 다시 구성해야 하는 성평등한 노동정책의 모습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정부의 노동정책 제안과 예산안에서 드러나는 몰성적인 지점들을 찾아내고 문제를 제기하는 언론의 적극적 의제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