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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했지만 행복했던 한해… 좌절 이겨낸 힘은 멤버들" BTS 글로벌 기자간담회

20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BE> 발매 기념 글로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BE> 발매 기념 글로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의 <Be> 발매 기념 글로벌 기자간담회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의 주요 키워드는 단연 ‘빌보드1위’와 ‘코로나19’였다.

올해 방탄소년단은 모든 팝가수들이 꿈꾸는 ‘커리어의 정점’을 경험했다. 지난 8월 디지털싱글 ‘다이나마이트’(Dynamite)가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인 ‘핫100 1위’에 오르며 K팝의 새역사를 쓴 것이다. 동시에 코로나19로 월드투어 일정이 전면 취소되면서 ‘삶의 의미’와도 같았던 무대에 서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멤버 지민은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많은 분들을 힘들게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Life Goes on)’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며 “이번 앨범이 많은 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약 180명여의 취재진이 몰렸다. 지난해 4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 발매 이후 1년 7개월만에 열린 오프라인 기자간담회였다. 빅히트 레이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외신과의 질의응답 외에 국내 취재진과 진행한 현장 기자회견만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20일 새 앨범 <Be>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지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일 새 앨범 <Be>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지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로나19처럼 살다보면 내 의지와 노력만으론 되지 않는 상황과 맞닥드리게 된다. 이럴때 좌절하지 않는 힘을 어디서 얻나.

“(지민) 저같은 경우는 많이 좌절했었다. 그때 옆에 있던 멤버가 위로가 됐다. 공연을 하고 팬들과 만나는 것은 저에겐 큰 의미였고, 꼭 하고 싶은 일이자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걸 못하게 되니까 ‘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다가 이번 앨범 작업을 들어가게 됐다. 맴버들과 함께 앨범 주제는 무엇으로 할지,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저희끼리 술한잔도 하고…. 그런 시간들이 저에겐 위로가 많이 됐다. 다시 내가 왜 이 일을 이렇게까지 좋아하고, 열심히 하고싶은지를 되돌아보게 되면서 좌절감에서 벗어나게 됐다.”

“(RM) 어떤 성취를 거둬도, 예를 들어 ‘그래미어워드’를 성취하더라도 기쁘고 행복하겠지만 필연적으로 공허함도 남을 것이다. 클리셰같이 들릴수도 있겠지만 무대의 빛과 그림자, 앞과 뒤의 이면은 항상 있다. 늘 좌절한다. 이러한 좌절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결국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다. 멤버들, 회사 그리고 전세계에서 저희 음악을 들어주시는 수많은 분들과의 관계를 믿기 때문에 다시 애쓰며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20일 새 앨범 <Be>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RM.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일 새 앨범 <Be>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RM.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에게 그래미 시상식은 어떤 의미인가. 후보에 오르고 싶은 분야가 있나.

“(RM) 그래미가 어떤 의미인가, 스스로 질문도 많이 하고 멤버들끼리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2009년 T.I.라는 랩퍼가 릴웨인, 제이지 등과 함께 한 공연이었다. 수트를 입고 흑백으로 꾸민 무대였는데, 연습생 때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어떤 무대이길래 저 아티스트들이 다 올라가서 저렇게 멋있게 무대를 할수가 있지’ 싶었다.

그래미는 물론 미국 시상식이지만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아티스트들이 꿈꾸는 무대다. 흔히 서른 초반에 음악을 듣는 귀가 닫힌다고 표현하는데, 저희에게도 중고등학교 연습생때 자주 들었던 무대와 노래가 가장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2009년 무대는 제 인생에서) 세 손가락에 꼽는 무대였고, 막연하게나마 ‘그래미가 최고의 시상식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제이홉) 저의 욕심일수도 있고 야망일 수도 있겠지만, 방탄소년단은 팀이다보니 그룹 관련한 상을 받으면 좋겠다는 꿈을 항상 가지고 있다. 그 목표를 중점에 두고 팀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그룹 부문에서) 상을 받으면 눈물이 날 것 같다.”

20일 새 앨범 <Be>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일 새 앨범 <Be>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상황도 있었지만 방탄소년단이 굉장한 성과를 거둔 해이기도 하다. 연말을 앞두고 올 한 해를 되돌아본다면.

“(진) 돌아보자면 올해는 굉장히 불행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한해였다. 저희 ‘인생의 낙’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투어다. 그런 투어가 취소돼 우울감에 빠졌었다. 앞으로의 목표는 코로나가 없어져 우리를 사랑해주는 많은 팬 분들 곁으로 투어를 떠나는 것이다.”

“(제이홉) 코로나를 겪으면서 이 직업과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다이너마이트’란 운명적인 곡을 만나 빌보드 핫100 1위 라는 성과를 거뒀다. 연말에 앨범도 나와 좋은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우리에겐 정말 잊을 수 없는,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됐던 한 해였다.

이제 목표라고 하면 건강이다. 슈가 형이 이 자리에 없어 굉장히 허전함이 느껴졌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슈가는 어깨수술 후 회복을 위해 <Be> 활동 대부분에 불참한다.) 6명이 꾸미는 무대와 7명이 꾸미는 무대가 굉장히 다르더라. 건강하게 활동해야 좋은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는 것 같다.”

20일 새 앨범 <Be>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제이홉.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일 새 앨범 <Be>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제이홉.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로나로 인해 앨범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원래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고 그중 무엇이 남아있는지 궁금하다.

“(RM) 우선 생각나는 인상을 말씀드리면, 코로나 이전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웃음) <맵 오브 더 소울:7(이하 7)> 앨범이 나오고 한국에서 활동을 하려 했는데 코로나가 격화됐다. <7> 앨범으로 ‘맵 오브 더 소울’ 시리즈가 마무리가 됐는데, 준비 과정에서도 ‘그 다음에 어떡할 것이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우리는 좀 두고 보는 편이다. 시리즈 활동을 하면서 어떤 정서와 생각들을 갖게 되는지, 막걸리 담그듯 잔여물들이 가라앉을 때까지 지켜보고 발효시키는 작업을 한다. 이번엔 그런 틈이 없게 코로나19가 왔다. 경황없이 지나간 것 같다.”

-빅히트의 코스닥 상장엔 방탄소년단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빅히트 (수익구조) 절반의 방탄소년단이라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는데 ‘넥스트 BTS’가 나올 수 있다고 보나. 그러려면 어떤 점들이 필요할까.

“(진) 넥스트 BTS는 더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저희도 누군가를 꿈꾸며 가수를 준비했지만 그분들과 같은 방향으로 가지는 않았다. 걷다보니 저희 길을 개척하게 됐다. 저희를 롤모델로 하는 후배들도 그들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민) 저는 제2의 BTS라는 말이 굉장히 기분좋게 들린다. 어쨌든 저희를 괜찮게 봐주시는 것이니까. 사실 아직 후배들의 성장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다. 저희도 매 앨범을 낼때마다 이제 시작하는 기분이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20일 새 앨범 <Be>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정국.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일 새 앨범 <Be>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정국.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이나마이트’는 이전 앨범 시리즈에 비해 주제의식을 내려놓은 느낌이다. 그런데 차트 성적은 가장 좋았다.

“(RM) 사실 ‘다이나마이트’도 <Be>도 계획에 전혀 없었다. 우선 <7>을 내보고 생각해보자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왔다. <Be> 앨범을 준비하면서 다이나마이트가 나왔기 때문에 사실 두 곡의 뿌리는 같다. ‘다이나마이트’가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이었다면 <Be>는 그에 비해 더 단단한 느낌이라 할 수 있다.

스킷(수록곡과 수록곡을 이어주는 분위기전환용 트랙)을 제외한 앨범 7곡 중 4곡은 멤버들이 시작한 자작곡이 주가 됐다. 멤버들 각각 작가적 면면을 갖추려고 노력 중이다. 뷔가 비쥬얼디렉터로서의 첫 스텝을 밟았던 것처럼, 앞으로 우리가 BTS라는 그룹을 이어나가려면 거대한 그림이나 서사도 좋지만 멤버 개개인에게 작가적 면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Be>앨범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성적이 좋다면 저희의 참여도 늘지 않을까 한다.”

-이번 앨범에 대해 ‘현시대의 일기장 한 페이지 같은 앨범’이라고 소개했는데 사실 일기장은 선뜻 내보이기 쉽지 않은 것이다. 앨범을 기획하고 수록곡 가사들을 써 내려가면서 고민됐던 지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진) 사실 비밀을 남에게 털어놓기란 쉽지 않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음악이라는 장르는 우리를 좋아해주시는 팬분들과 공감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이번 앨범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느꼈던 우리의 우울감 등이 담겨있다. 음악적으로 풀면 좀더 가볍게 이런 고민들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팬분들과 함께하는 공유 일기장같은 앨범이다.”

“(제이홉) 음악이 주는 에너지가 있는 것 같다. 사실 누가 일기를 오픈하고 싶겠나. 근데 음악으로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 자체가 음악이 주는 에너지고 힘이라고 생각한다.”

20일 새 앨범 <Be>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20일 새 앨범 <Be>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빅히트 상장 이후 주가급락과 환불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유명세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이에 대한 부담감이 없는지 궁금하다. 방탄소년단의 병역을 둘러싼 온라인 상의 논쟁도 꾸준히 이어진다.

“(진) 대한민국 청년으로서 병역은 당연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매번 말씀드렸듯이 시기가 되고 나라의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 응하겠다.”

“(RM) 부담감은 항상 느끼고 있다. 유명세의 ‘세’가 ‘세금’을 의미한다는 말도 있다. 어쨌든 저희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서 일어나는 일들이라 생각한다. 일련의 일들이 모두 정당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에 노이즈도 있는 것이다. 운명의 일부로 받아들이려 한다.”

-빌보드 핫100 1위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로서 이룰 수 있는 성과는 거의 다 이루었다. 번아웃에 빠지거나 허탈감을 느낀 적은 없나.

“(지민) 사실 저같은 경우는 허탈감은 많이 못 느껴봤다. 물론 행복하고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지만, 목표 자체가 순위가 아니라 무대였다보니 오히려 있는 그대로 감사할 수 있었다. 그런 허탈감보다는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이 더 힘들었다. 무대에서 같이 놀고 노래하는걸 좋아했던 사람들인데 그걸 못하게 되니까… 다른 것보다 그게 가장 힘들었다.”

“(뷔) 솔직히 저는 번아웃을 많이 겪은 편이다. 예전에는 그 번아웃을 그대로 느껴서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요즘엔 스스로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번아웃을 겪으며 느낀 감정을 곡으로 쓴 적이 있다. 성취감을 느꼈고 곡을 완성했을때에 짜릿함도 있었다. 아직까지 완벽하게 곡 작업을 하는 멤버들처럼 할 수는 없지만, 모든 내 감정들을 멜로디나 가사, 트랙으로 풀어보려 한다. 시간이 지나면 제 감정들도 좀 괜찮아지더라.”

20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방탄소년단의 새앨범 <Be>의 글로벌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제공.

20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방탄소년단의 새앨범 <Be>의 글로벌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제공.

-빌보드 1위로 롱런을 하면서 K팝이 팝 주류 시장에 ‘뉴노멀’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RM) 주류 사회에 진입한다든지 주류에 안착한다든지…. 이런 것들을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 같다. ‘다이너마이트’가 3주간 ‘핫 100’ 1위를 했다고 해서 미국 시장에 K팝이 안착된 것이냐는 질문이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K팝은 어디까지가 K팝인 건지, 저희같은 한국 태생의 보이그룹이 영어로 부르면 그것은 K팝인건지 여러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산업적으로도 민족적으로도, 여러모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핫 100’ 1위는 요행이라든가 단순히 운이 좋아서 되는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위 말해 1급 가수들이 평생에 단 한번 이루기도 어려운 영광스럽고 기적적인 일이다. 어쨌든 우리로 인해 상대적으로 주류가 아니었던 분들이 (주류 시장으로) 더 들어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사실 방탄소년단으로서 우리의 위치를 잊어버리기 쉬운 상황이 많이 있다. 팬들과 대면하지 못하니까 진짜 ‘핫100 1위’를 한 건가 싶기도 했다. 계속 유의미한 결과를 내려면 우리가 누구인지 잊지 않고 두 다리를 땅에 붙이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이 힘든 시기에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유의미한 발자취를 남기고 위로를 드리는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동시에 비지니스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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