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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붙잡힌 사람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이 생선이 싸고 가장 맛이 좋을 때다. 고등어, 갈치, 오징어 등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많이 잡히는 생선들은 서민들의 저녁 밥상을 지켜주는 든든한 국민 반찬이다. 우리 밥상에 오르는 생선들은 누가 잡을까? 고기를 잡는 어부의 절반은 외국에서 온 이주 노동자이다.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에서 발간한 2019년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선원 중 외국인의 비율이 원양어선의 경우 10명 중 7명(65%), 20t 이상 연근해어선의 경우 10명 중 4명(38%) 수준이다. 현재 일하는 한국인 선원들이 대부분 50~60대 고령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우리나라 어선원 중 외국인노동자 비율은 절반 이상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들의 삶은 어떨까? 한마디로 중세 지주의 땅에 묶여 살았던 농노와 같이, 바다에 묶여 사는 노예와 다름없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우선, 쉼 없이 일한다. 이주노동단체에서 실시한 고용허가제 어선원 이주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63명의 이주노동자 중 절반이 넘는 44명이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하고 있었다. 하루에 16시간 이상 일한다는 응답도 22명이나 되었다. 휴일도 없었다. 한 달 중 휴일이 하루도 없었다는 응답이 58명으로 92%가 넘었다. 갈치잡이 배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는 한 달 내내 새벽 1시30분에 일어나서 밤 10시까지 하루 20시간 이상 일을 했다고 한다. 식사시간은 아침과 저녁 15분이고 점심은 교대로 먹는다. 사람이 견딜 수 없는 살인적인 노동시간이다. 근로기준법 제63조에서 수산업을 근로시간 적용 제외대상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수산업이 기상조건 등 자연현상에 영향을 받는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헌법이 정한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장시간 노동은 금지되어야 한다. 법을 개정해 최장 노동시간의 상한 또는 최소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돈도 적게 받는다.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법 또는 공공기관 고시로 정해지는데, 외국인선원의 임금만 선원노동단체와 선박소유자 사이에 ‘협의’로 정한다. 외국인노동자가 협상대표로 참여하지도 못한다. 그러다 보니 배에서 같은 일을 하고도 외국인은 더 돈을 적게 받는다. 2020년 기준 외국인 선원 최저임금은 한국인 선원의 77% 수준이다. 고기를 많이 잡으면 추가로 배분받는 보합제 임금도 외국인 선원은 배제된다. 실제 현장에서는 급여가 2배 정도 차이가 난다.

제도적 차별과 인권침해도 심각하다. 지금 법은 외국인 선원은 회사를 마음대로 옮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선사와 관리업체는 외국인 노동자가 도망가지 못하게 여권과 신분증을 압수하고 있다. 인력송출 과정이 민간 업체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공적 개입이 전혀 없어 송출비용이 과도하다. 현지 업체는 인력을 소개해준 대가로 거액의 수수료를 받고 심지어 땅과 집을 담보로 받은 뒤 몇 달치 월급을 받아간다. 빚을 지고 오다보니 빚을 갚고 돈을 벌기 전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참을 수밖에 없다. 심각한 문제다. 결국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민간기구에 불과한 수협에 모든 것을 맡겨 두는 건 직무유기다. 해양수산부가 중심이 되어 송출과 노동환경 전반을 재점검하고, 앞으론 국가별 양해각서(MOU)를 통한 공적 송출·관리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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