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오스 디에고”…마라도나 떠나는 길에 100만 인파

김향미 기자
2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키르치네르 문화센터 건물에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를 추모하기 위해 그의 사진이 투사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키르치네르 문화센터 건물에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를 추모하기 위해 그의 사진이 투사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FP연합뉴스

“아디오스 디에고(Adios Diego, 잘가요. 디에고)”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축구 선수 디에고 마라도나를 떠나보기 위해 26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통령궁 앞에 100만 인파가 운집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추모객들은 이날 새벽부터 대통령궁 카사 로사다의 중앙 로비 앞에 안치된 마라도나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기 위해 수km 가량 긴 줄을 섰다. 마라도나가 안치된 관은 아르헨티나 국기와 국가대표 팀으로 뛸 때 입었던 10번 유니폼이 덮여 있었다. 추모객들은 관에 키스를 하거나 관 주변에 유니폼을 놓으며 “디에고!”를 외쳤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도 이날 대통령궁을 찾아 마라도나의 관 위에 그의 첫 프로축구선수 입단 팀이었던 아르헨티나 주니어 팀의 셔츠를 올려놓았다. 이날 일반 조문객을 맞기에 앞서 가족과 지인들이 먼저 고인을 배웅했다. 전 부인과 자녀들, 그리고 아르헨티나가 우승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고인의 팀 동료를 비롯한 축구선수들도 참석했다.

아르헨티나의 국가 원수 중에서도 떠나는 순간에 이처럼 많은 국민들로부터 열렬한 사랑과 지지를 받은 사람은 없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 추모객은 영국 BBC에 “마라도나는 우리 마음 속에 영원히 살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몬텔리(22)는 로이터에 “아버지처럼 마라도나를 사랑했다. 아버지를 잃은 것 같다”고 했다.

2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전날 세상을 떠난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의 관을 실은 영구차가 수많은 추모객들 사이로 지나가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전날 세상을 떠난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의 관을 실은 영구차가 수많은 추모객들 사이로 지나가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조문 마감 시간인 오후 4시30분을 앞두고 한때 조문객들이 몰리면서 질서를 유지하려는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일부 추모객은 대통령궁 밖에서 물병과 바리케이드 쇠막대 일부를 경찰을 향해 던졌고, 경찰은 고무탄을 발사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중 엄격한 봉쇄조치에 억눌렸던 민심이 터져나왔다는 해석도 있었다.

마라도나는 유명한 축구 선수, 그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는 공공연히 좌파를 자처했으며 아르헨티나 출신의 혁명가 체 게바라의 초상을 문신으로 새겼다. 그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등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외곽의 빈민촌에서 자란 공장 노동자의 아들인 마라도나는 인권단체의 수호자였다. 그는 서방의 제재에 고통받는 리비아인들을 후원했고, 이스라엘과 분쟁을 겪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지지했다. BBC는 추모 분위기와 관련해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를 유명하게 만든 스타, 많은 것을 이뤄 존경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은 사람, 무엇보다 아르헨티나인들이 사랑했던 인간적인 롤모델”이라고 했다.

마라도나는 지난 3일 뇌수술을 받은 뒤 회복중이었으나 전날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의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운명했다. 그는 하루 만인 26일 저녁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 베야 비스타 공원 묘지에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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