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보기 어려워”…KCGI의 가처분 신청 기각
산은 ‘공정한’ 경영 감시, 양사 노조와 대화 등 해결할 문제 산적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 반대하며 사모펀드 KCGI가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했다. 이에 따라 국내 양대 항공사 합병은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게 됐다. 내년 인수가 마무리되기까지 과제는 합병 추진 과정에서 그간 제기돼온 문제들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다.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이승련)는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주 발행은 상법과 한진칼의 정관에 따라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통합 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산업은행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빠진 두 항공사를 통합하기 위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고, 이 중 5000억원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배정받기로 했다. KCGI를 비롯한 3자 연합 측은 이 같은 산은의 한진칼 투자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특혜라며 반대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산은과 한진칼의 손을 들어줬다. “한진칼 현 경영진의 경영권·지배권 방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신주를 발행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또 “산은이 향후 항공산업의 사회경제적 중요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진칼이 산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에서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대 항공사 합병은 첫 고비를 넘겼다. 이후 관건은 산은이 얼마나 공정하게 ‘건전·윤리 경영 감시자’ 역할을 할지다. 조원태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산은은 일방에 우호적이지 않도록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기구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반박해왔다. 지난달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조 회장은 한진칼의 특별관계자에 산은을 추가했다. 한진칼과 산은 양사의 투자합의서에 따라 한진칼은 산은이 추천한 자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하기 위한 의결권 행사 의무를 부담한다는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산은이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영 성과가 미흡하면 경영진 교체에 나서겠다는 표현은 역으로 미흡하지 않다면 경영권을 보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 때문에 앞으로 한진칼 및 대한항공 사외이사 각 3인, 감사위원회, 윤리경영위원회, 경영평가위원회에 얼마나 독립적인 인사가 선임되는지가 중요해졌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국민의 돈으로 재벌의 경영권이 보장되는 결과를 해소하기 위해 사외이사, 윤리경영위 자리를 만들었다”며 “그 자리에 제대로 된 독립 인사들이 선임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안정과 관련된 노조와의 대화도 숙제다. 여러 노조가 이번 합병에 의견이 달라 노노갈등까지 불거진 상태다.
합병이 가속화되면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산은 등 채권단의 관리 실패 책임은 묻기 어렵게 됐다. 대신 대한항공 소액주주들이 실패 부담을 지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위기 전인 2019년부터 영업손실이 4437억원에 달하는 등 경영난에 시달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