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일조선인 학생 차별 문제 다룬 나이키 광고 캡처 화면
일본 나이키가 재일조선인 학생 차별 문제 등을 다룬 광고를 제작했다.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10대 선수들이 민족과 인종차별에 맞선다는 내용을 다룬 것인데, 이것을 두고 일본의 민낯을 지적했다는 공감의 목소리와 일본을 비하한 것이라는 비난이 엇갈리고 있다.
나이키가 지난달 28일 일본 TV와 유튜브에 게재한 2분짜리 광고 영상을 보면, 일본 학교에서 차별과 왕따에 시달리는 10대 소녀 축구선수 3명이 등장한다. 이들 중 치마저고리를 입고 등장하는 학생은 실제로 일본 효고(兵庫)현 아마가사키(尼崎)시에 있는 재일조선중급학교(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다.
이 학생은 원래 재일조선학교에 다니지만, 나이키 광고에선 일본 학교에 다니면서 차별을 받는 것으로 묘사됐다. 광고에는 그가 스마트폰으로 ‘현대의 재일 문제를 고찰한다’는 제목의 연재 칼럼을 읽는 모습이 나온다. 이 학생이 흰색 저고리와 검은색 치마를 입고 지나가자, 지나가는 남성들이 쳐다보는 장면도 등장한다.

재일조선인 학생 차별 문제 다룬 나이키 광고 캡처 화면
이 학생이 입고 있는 운동복 뒷면에는 원래 ‘YAMAMOTO’라는 일본식 성이 적혀 있지만, 광고 막바지에는 그 위에 ‘KIM’이라고 당당히 덧쓴 장면도 나온다. 스포츠를 통해 자신감을 갖고 차별에 당당하게 맞선다는 내용인데, 나이키 측은 실제 체험담에 기초했다고 밝혔다.
광고에 출연한 재일조선인 학생은 실제 중학교 축구선수로 북한의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이 학생은 광고에 묘사된 것과 달리 일본 학교가 아닌 재일조선학교에 다니지만, 차별을 넘어서자는 광고의 취지에 호응해 출연하게 됐다고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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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에는 흑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학생이 일본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또 다른 한 명은 같은 학교에서 이지메(괴롭힘)를 당하는 것으로 묘사된 일본인 학생이다.
나이키 광고는 공개 나흘 만에 유튜브에서 900만 회, 트위터에서는 1400만 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교육현장의 뿌리 깊은 차별을 생생하게 묘사했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일부 일본인들은 일본을 차별이 일상화된 곳으로 비하했다며 항의 또는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격한 반응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