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공개 비판한 이한상 교수
고려대 이한상 교수.
“구조조정은 대주주, 채권단, 노조의 3자 고통분담이 원칙인데 지금은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주들이 모든 부담을 지는 형국입니다. 앞으로 채권단도 손실을 부담하고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영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합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 반대하며 사모펀드 KCGI가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양대 항공사의 합병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게 됐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49·사진)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회사 정관이 상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손을 들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달 16일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방안을 발표한 뒤 양사 합병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2일 고려대에서 만난 그는 “한진칼, 산은을 위해 말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주주와 일반 투자자, 국민들을 위해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며 “앞으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 주주들과 국민들에게도 면이 설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한진칼의 제3자 유상증자 신주 발행 필요성을 인정한 근거인 ‘사업상 중요한 자본 제휴’와 ‘긴급한 자금조달’ 필요성에 대해 이 교수는 모두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상법은 주주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 신주를 배정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회사 정관에 따라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제3자 배정 유상증자)할 수 있는데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필요한 경우에 한한다. 그는 “이렇게 중요한 자본 제휴라면 실사부터 거친 후에 결정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백억원의 인수대금을 가져가게 될 박삼구 회장, 고통을 분담하지 않는 채권단, 새 회사를 얻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은 손해볼 것이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 아시아나 직원들은 돌아가며 무급휴직 중이지만 회사가 이자 수백억원을 그대로 부담하고 있다”며 “채권단이 이자율 조정 등을 해줘야 하는데 고통을 분담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이 교수는 “한진칼, 대한항공 주주들이 손실을 부담하게 되고, 합병 후 구조조정도 없다고 했으니 세금이 추가로 투입되면 국민도 손해”라고 말했다. 한진칼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5000억원을 산은에서 투자받았다. 경제개혁연대는 산은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면 한진칼 유상증자 참여 시기를 내년 초로 미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산은이 건전한 경영 감시자 역할을 하겠다고 한 만큼 사외이사, 윤리경영위원회 등 자리에 어떤 중립적인 인사들이 선임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산은이 경영권 분쟁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한진칼과의 이면 계약이 없다고 공시하면 된다”며 “박삼구 회장의 경영 책임을 분명히 묻고 채권단도 손실 부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