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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문발차’의 백신 접종

입력 2020.12.05 03:00

코로나19가 온 지구를 덮친 올해, 미국과 유럽 여러 국가는 국민들 다수의 ‘불신’과 ‘불만’에 직면했다. 한편으로는 국가가 코로나19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여 질병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불만에 휩싸여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가 내놓는 정보와 지침 그리고 취하는 정책과 제도에 대해 극심한 불신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는 시민들의 각종 불복종 행동이 일상화되어가고 있으며, 미국은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화해할 수 없는 두 개의 집단으로 갈라져버렸다.

홍기빈 정치경제학자

홍기빈 정치경제학자

이렇게 불만과 불신이라는 두 개의 바위에 갇혀버린 국가는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다. 봉쇄, 거리 두기, 방역 강화 등의 조치를 해봐야 이것은 많은 이들의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키기 일쑤이며, ‘인포데믹’으로 일컬어지는 정보 범람의 상황에서 순식간에 불신의 불쏘시개가 될 뿐이다. 그래서 행동이 굼뜨거나 사람들의 힘든 상황을 국가가 효과적으로 돕지 못하게 될 경우, 불만의 소리가 파도처럼 높아지게 된다.

몇 달 전 이 지면에서 지적한 적이 있지만, 바이러스는 인체의 허파만을 갉아먹는 것이 아니다. 사회라는 엄연한 생물체의 유기적 결합과 협동을 파괴하면서 사회 전체를 마비시키게 되어 있다. 불과 1년도 되지 않은 사이에 고도의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공언하던 선진 산업국가들이 줄줄이 이러한 상태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은 실로 가공할 만한 것이다.

엊그제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승인하였으며, 다음주에는 80만회의 접종이 실행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미국과 다른 나라들도 줄줄이 영국의 뒤를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걱정을 드러내는 이들도 많다. 주지하듯이, 현재 개발된 백신들은 아직 대규모 접종에서 발견될 수 있는 각종 부작용에 대한 시험이 완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통상 10년 가까이 걸릴 수 있는 백신 개발을 단 1년도 안 돼 이루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해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부작용 위험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백신을 접종한다고 중국과 러시아를 그토록 비난하던 서방 국가들도 사실상 동일한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백신을 개발한 제약회사들은 그래서 백신을 구매해가는 나라들에 혹시 있을 수 있는 각종 부작용과 관련하여 일체의 책임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분명히 상식적으로 보자면 납득하기 힘들 만큼 서두르는 것이지만, 위에서 설명한 각국의 정치적·사회적 위기의 심각성을 생각해 보면 이러한 ‘비정상’의 상황도 이해는 된다. 어느 지인의 전언에 따르면 만약 유럽 일부 국가에서 행해지는 봉쇄가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진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확실하고 최종적인 한 방’으로서 백신 접종만이 출구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다음과 같은 가능성이 우려된다. 지금 나온 백신들을 대규모로 접종하고 보니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다수 발생하거나 혹은 그 부작용이 아주 심각한 것이거나, 최악은 둘 다일 경우 등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독감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되면 백신 접종률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이미 지난 9월 미국의 퓨리서치센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인 51%는 절대로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했으며, 유럽으로도 백신 거부 운동의 불길이 옮겨붙은 상태이다. 이 경우 백신 접종이라는 기존 정부의 ‘확실하고 최종적인 한 방’은 완전히 불발탄이 되고 말 것이며, 정부에 대한 불만과 불신은 더욱 팽배하게 될 것이다. 이후 정말로 믿을 수 있는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양치기 소년’에 신물이 난 양떼들은 아예 양털을 벗고 드러누워 그것을 거부하는 상황이 줄지어 나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백신을 통한 집단 면역 형성으로 팬데믹의 종식을 선언할 수 있는 상황은 더욱 아득하게 멀어질 것이다. 지난 8월 ‘네이처’지의 설문조사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 시점으로 2025년을 언급했다는 불길한 기사가 자꾸 떠오른다.

아무쪼록 백신 접종이 무탈하게 진행되기만을 빈다. 하지만 이 뒤죽박죽의 파행적 과정이 현대 산업문명을 이루는 정치 체제와 사회·경제 체제가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여지없이 드러냈다는 교훈만큼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바이러스라는 미물에도 이 대혼란을 겪은 체제로, 임박한 기후위기 및 여러 생태적·사회적 위기를 과연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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