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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을 비난하는 편향성

확증편향을 개탄하는 일이 유행이다. 누구든 믿는 대로 보는 편향이 지독하다는 것이다. 마치 꾸짖는 목소리가 클수록 자신은 덜 편향적인 것처럼 보인다는 듯이 저마다 목청을 높인다. 덕분에 이념과 진영을 가릴 것도 없이 말 좀 한다는 이들은 모두 연쇄확증편향범이 돼버렸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지난 5년간 최고의 사자성어는 누가 뭐래도 내로남불이다. 입장에 따라 선악이 바뀌고, 사람에 따라 정의가 달라지는 현실을 비판하는 말이다. 이 용어는 사람과 입장에 상관없이 공정하게 경우를 따져서 정의롭게 대우해야 한다는 요구를 담고 있다. 정의와 공정성에 민감한 이 시대의 정조를 대변하는 말이다.

확증편향은 불공정함을 문제 삼는 수준을 넘어선다. 상대방의 믿음 때문에 시각 자체가 삐뚤어진다고 비판한다. 삐뚤어진 시각 때문에 같은 사태를 놓고도 다르게 보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심지어 왜곡한다고 비난한다. 내로남불이 불공정한 자세를 개탄한다면, 확증편향은 왜곡된 현실 인식 자체를 경계한다.

한국언론재단이 제공하는 빅카인즈 데이터베이스를 찾아보면, 확증편향이란 용어는 2008년 한 과학칼럼에 처음 등장했다. 2016년 중앙지가 10건 이상 언급하기 시작하고, 올해는 200건에 육박한다. 정책적 문제나 정무적 대처에서 벌어지는 전문가의 인식과 정치적 판단의 오류를 문제 삼는 수준을 넘어서, 가짜뉴스와 선전선동에 속절없이 당하는 시민을 경멸하는 논의에도 등장했다.

그러나 확증편향이란 그것을 개탄하고 비판하는 자조차 쉽게 벗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실로 인지적 편향을 연구한 심리학자와 행동경제학자에 따르면, 의사든 변호사든 좌파든 우파든 상관없이 인식과 판단에서 규범에서 벗어나 치우친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오류라 하지 않고 체계적 오류, 즉 편향이라 부른다. 참값이 있는데 이리저리 맞거나 틀리는 방식이 아니라, 개인차가 있을지언정 누구나 취약한 방향으로 삐뚤어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편향적 사고방식은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진화적으로 적응한 결과로 장착한 것일지 모른다. 예컨대, 인간은 높은 곳을 올려볼 때보다 내려다볼 때 거리를 과대평가하는 편향을 갖고 있는데, 이런 ‘내리막 편향’은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피한 적응의 결과일 수 있다. 인간은 절도, 사기, 살인 등 부정적 사태 발생 가능성에 과도하게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부정성 편향’은 위험한 사건을 겪을 가능성에 미리 대처하는 편이 반대로 그것을 무시해서 위험에 처하는 것보다 생존에 유리했기에 얻은 성향일 수 있다.

확증편향도 마찬가지다. 복잡한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미리 갖고 있는 인지적 도식을 적용해서 인식하는 일이 효율적이어서 만들어진 것이다. 독일의 심리학자 기거렌저는 심지어 인간이 인지적 편향을 활용하고 방편적으로 대응하는 쪽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문제 자체가 불분명하고 변동하는 환경에서 인간이 강건하게 대처하며 살기 위해 항상 최적의 논리적 판단을 내리려고 애쓰는 쪽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진화론에 입각해서 아예 편향을 통합한 사고방식이 생태적으로 합리적이라고 해석하려는 연구자들도 있다.

따라서 확증편향을 범한 타인을 화난 얼굴로 돌아보지 말자. 당신의 시각도 같은 이유로 편향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이 범한 확증편향을 보면서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지도 말자. 인간은 서로 범한 편향을 나누고 교정하면서 공통의 세계를 만들어 살기 때문이다. 심지어 당신이 타인의 확증편향을 비난하며 내세우는 윤리적 교설이야말로 무슨 일에서나 윤리적 교훈을 도출해 타인을 꾸짖는 편향적 자세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마저 복잡한 세상에 대처하는 부실한 인간이 만들어낸 유용한 방편에 속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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