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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 발전이 불러들인 ‘직류의 귀환’

입력 2020.12.13 21:10

수정 2020.12.13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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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성호 | 한국전기연구원전력정책재난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손성호 | 한국전기연구원전력정책재난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손성호 | 한국전기연구원전력정책재난연구센터 선임연구원

‘DC’라는 표현을 들으면 요즘엔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 나오는 미국 영화를 떠올리는 일이 많다.

하지만 에너지 산업에서 DC의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DC는 전류가 흐르는 방향이 일정한 것을 의미하는 직류, 곧 ‘Direct Current’의 약자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등 대부분 국가에 적용된 전력 시스템은 전류의 상태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교류, 즉 ‘AC(Alternative Current)’ 체계이다. 전기를 생산할 때도 교류 발전기를 통해 AC로 만들고, 이를 송전단에서 수용가 쪽으로 보낼 때에도 변압기로 단계적으로 전압을 낮춰가며 AC로 보낸다.

두 기술 사이의 경쟁은 1800년대 후반 두 천재인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의 대결 관점에서도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 지난해 국내 개봉했던 <커런트 워>라는 영화에서도 이 주제를 다뤘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에디슨은 직류를, 테슬라와 손잡은 웨스팅하우스는 교류를 전기 산업의 표준으로 만들어 산업 주도권을 잡고자 했다.

최종적으로 교류 발전이 전기 공급체계의 표준으로 채택된 것은 당시 비용 및 효율성 측면에서 사업성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발전소에서부터 실제 수요가 있는 곳까지 전기를 멀리 보내야 하는데, 당시 직류 기술로는 짧은 거리밖에 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류와 교류는 각각 기술적 차이와 장단점을 명확하게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 필요에 따라 단계적으로 발전해 왔다. 그리고 최근엔 직류 기술이 송배전 시장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반도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장거리 송전에 필요한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했으며, 재생에너지 등 직류 발전원도 공급체계에 많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직류를 필요로 하는 전력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기기나 가전제품의 핵심 부품들은 주로 직류를 사용한다. 따라서 교류를 직류로 변환하는 장치가 필요한데, 제품이 큰 경우에는 내부에 변환장치를 갖고 있으며 제품이 작으면 외부에 달려 있다. 전자는 컴퓨터 본체 안에 있는 전원장치, 후자는 노트북 전원선 중간에 달려 있는 어댑터(adapter)를 생각하면 된다. 문제는 이러한 변환 과정에서 전력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류 형태로 직접 공급받는 경우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으며, 제품 디자인 차원에서는 필요 없는 부품을 제거하여 구조를 더 단순화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직류를 필요로 하는 부하들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과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전기자동차의 보급뿐만 아니라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에 필요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시설의 확충, 그리고 스마트시티 및 스마트공장 등 미래 산업 육성에는 직류 공급체계가 더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전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기술 개발 및 실증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디지털 부하의 수요 증가를 대비하고 고효율 및 고품질의 전력 공급체계 마련 등을 위한 직류 송배전 시스템의 도입은 기술적·경제적·산업적 관점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특히 직류 송배전은 기존 교류 송전망 확충에서 큰 걸림돌이었던 인체 유해성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물론 전기 공급체계뿐만 아니라 산업 체계가 교류 중심으로 구성돼 왔기 때문에 전환비용이 너무 크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완전한 전환보다는 두 기술의 단계적 공존이 우선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이를 위한 제도적·기술적인 요건들이 먼저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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