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NC와 야구팀, 투자·우승 ‘시너지’…다른 기업들도 스포츠구단 도전 기대](https://img.khan.co.kr/news/2020/12/14/l_2020121401001422100142141.jpg)
NC다이노스가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안았다. 시즌에 참가한 지 여덟 번째 해에 이뤄냈으니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사실 10여년 전에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단을 창단하겠다고 할 때만 해도 의심과 불안의 눈초리도 많았고 심지어 냉대까지 받았다. 대기업집단이 아니다 보니 자금력에 대한 의문 제기가 있었고 연고지와 인접한 구단들로부터 서운한 얘기도 많이 들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연매출액 5000억원이 겨우 넘을 정도라 큰 기업이 아니긴 했다.
특히 그때는 스마트폰이 아닌 PC 게임 위주였기 때문에 게임시장이 지금처럼 크지도 않았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를 포함한 다수의 게임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고 무차입에 보유한 금융자산만 6000억원이 넘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탄탄했다. 연간 야구단에 들어가는 200억원 이상을 감당할 수 있다면 작은 규모의 기업이라고 해도 스포츠구단을 갖는 게 그렇게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였다. 물론 초기 투자비용도 크고 자유계약선수(FA) 영입 등 중간중간 큰 투자가 들어가지만 꾸준히 2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는 엔씨 입장에서 큰 부담은 아니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세에 접어들던 2010년 이후에 게임산업도 팽창하던 시기였으니 엔씨 입장에서도 스포츠 구단 운영이 사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추진에 망설임이 없었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NC다이노스를 창단하고 본격적인 1군 무대에 뛰어들었던 2013년 첫해에 9개 구단 중 7위로 데뷔했지만 이듬해부터 내리 4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2016년에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차지할 정도로 실력이 급상승했다. 그사이 모기업인 엔씨소프트는 더 성장해서 어느덧 연매출 1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에 이르렀다. 다른 9개 구단을 보유한 대기업보다 외형은 작지만 성장세가 가파른 기업 중 하나였다.
모바일게임 흥행으로 성장의 날개를 달던 2018년에 엔씨소프트는 매출액 1조7000억원, 영업이익 6000억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2019년 시즌 시작에 앞서 NC다이노스는 한국 최고의 포수인 양의지 선수를 FA로 영입하며 스토브리그의 큰손으로 등장했다. 기존 소속 구단이었던 두산은 계약기간 4년, 125억원의 몸값을 제시한 NC에 대선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년 후인 2020년에 NC다이노스는 우승을 차지했고 팀의 주장을 맡은 양의지는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가 되었다.
2020년 3분기까지 엔씨소프트는 매출액 1조8000억원, 영업이익 7000억원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더 성장했다. 2010년 3조원 내외였던 시가총액은 어느덧 20조원 가까이 되어 상장기업 순위 18위에 안착했다. 참고로 프로야구 10구단의 모기업 중 시가총액 20위에 들어가는 기업은 SK텔레콤, 기아차 그리고 엔씨소프트 3개밖에 없다. 프로스포츠는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거액의 돈을 투자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모기업이 광고효과 같은 시너지를 누리는 식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모기업의 재정이 어려워지면 결국 투자를 꺼리게 되고 구단의 성적도 비례해서 내려가게 되니 팬들도 떠나 광고효과가 사라진다. 과투자도 문제지만 필요한 투자를 제때 하지 않으면 스포츠 열기와 팬심이 꺾일 수밖에 없다.
작은 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최근 10년간 시가총액 순위도 많이 바뀌었다. 엔씨소프트처럼 성장한 여러 기업들도 스포츠구단을 창단해서 시너지를 내는 모습을 보면 좋겠다. 시가총액 10위권인 셀트리온, 네이버, 카카오 같은 기업들도 프로야구나 축구에 뛰어들어 스포츠와 기업 모두 지금보다 더 성장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