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빅딜
하늘길 닫히며 이용객 62% 급감
현산의 아시아나 인수 등 좌초
결국 산은 주도 대한항공과 통합
이스타항공 등 LCC는 생존 위기
코로나19가 강타한 올해 항공업계는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세계를 오가는 관문이 사실상 모두 닫히면서 최대 수익원인 국제선 노선이 연중 내내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한 매머드급 ‘빅딜’인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매각이 연이어 무산됐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품으로 가게 돼 32년 만에 복수민항 시대가 막을 내렸고, 이스타항공은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해졌다.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항공업계
23일 국토교통부 항공포털에 따르면 올해 국내선과 국제선 전 노선을 포함한 국적항공사 이용 여객 수(1~11월 기준)는 3307만8417명으로 전년 동기(8641만244명)에 비해 약 62% 급감했다. 항공업계의 위기는 계속 진행 중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4년은 돼야 코로나19 여파로 급감한 항공 교통량이 원래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는 올해 예정돼 있던 항공업계의 대형 인수·합병(M&A)을 무산시켰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매각작업이 시작돼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1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1년 가까이 매각 절차가 진행됐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은 결국 지난 9월 인수를 포기했다.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통합도 좌초됐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2월 제주항공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며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지난 7월 제주항공이 계약 해제를 통보하면서 파산위기에 처했다. 이스타항공은 창업주인 이상직 국회의원과 관련된 각종 법정 분쟁에 휘말리며 재매각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생사기로에 선 항공업계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1월 채권단인 산업은행 주도로 대한항공과의 합병 발표로 기사회생의 길로 들어섰다. 32년간의 복수민항사 체제가 끝나고 대신 초대형 국적 항공사 탄생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양사가 합병 절차를 거쳐 내년 하반기 초대형 국적항공사로 출범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 7위권으로 올라선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6월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56.3%에 달해 이달 28일 무상감자에 들어간다. 올 3분기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각각 737%와 2432%에 달하는 등 양사 모두 재무구조가 취약해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될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은 지난 1분기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임직원에 대한 유·무급 휴직,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 노력과 함께 화물 운송, 국내선 노선 확대, 무착륙 관광비행 등에 나서고 있다. 이 결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간신히 흑자를 내고 있지만 LCC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여객 사업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데다 소형기가 대부분이어서 화물 운송에 적합하지 않아서다. 항공권 할인과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을 잇따라 내놨지만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속속 취소되고 있다.
내년에는 국내 항공업계 전체에 구조조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수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이어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양사 계열 LCC 3사의 통합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여행 거부 등의 악재를 올해는 털어내려 했지만 코로나19가 닥쳐왔다”면서 “항공시장이 언제 회복될 지 몰라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