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연구진 ‘유도 자기장’ 검출

1986년 보이저2호가 촬영한 천왕성 위성 ‘미란다’의 표면. 지하에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태양계의 7번째 행성인 천왕성의 위성에 ‘지하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주 미국 과학매체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이달 15일 열린 미국지구물리학회(AGU) 가을학회에 참석한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천왕성의 위성인 ‘미란다’에서 지하 바다의 강력한 징후인 ‘유도 자기장’을 검출했다고 밝혔다. 미란다는 지름 470㎞의 비교적 작은 위성인데, 평균 온도가 영하 213도에 이를 정도로 춥다.
미란다에서 유도 자기장이 발견됐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유도 자기장은 위성이 모행성 주변을 공전할 때 발생한다. 그런데 유도 자기장을 만드는 건 전류이다. 전류는 전기를 흐르게 하는 유체가 있어야 효과적으로 생성된다. 유도 자기장이 측정된다면 전도성을 지닌 대표적인 유체, 즉 ‘물’이 위성 내부에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연구를 주도한 벤저민 와이스 MIT 연구원은 AGU 홈페이지를 통해 “지구의 바다처럼 약간 짠물이 위성 내부에 있다면 전기가 흐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IT연구진이 미란다에서 측정한 자기장 수치는 300nT(나노테슬라)이다. 과학계가 지구를 능가할 정도로 넓은 바다가 지하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목성 위성 ‘유로파’에선 이보다 낮은 220nT가 측정됐다. 미란다에 만만치 않은 규모의 지하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미란다 인근에 탐사선을 보내는 건 지금으로선 요원하다. 천왕성의 인근 행성인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을 탐사하기 위한 ‘트라이던트’ 계획이 있긴 하지만 NASA가 예산 투입을 계속할지는 불투명하다. 그나마 천왕성을 정면 겨냥한 탐사계획도 아니다. 하지만 달이나 화성에는 없는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미란다에 대한 우주과학계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