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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속헹의 죽음

입력 2020.12.28 03:00

수정 2020.12.2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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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었다. 이름은 속헹(Sokkheng). 캄보디아에서 온 31세의 이주노동자다. 한국 정부는 포천의 농장주에게 그녀를 4년10개월 동안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노동은 방치되었다. 농장일을 마치고 그녀가 돌아와 쉴 수 있는 숙소는 논밭 구석에 세워진 비닐하우스였다. 난방도 제대로 안 됐다. 최저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내려가 한파 경보가 발령된 지난 19일, 혼자 비닐하우스에서 잠들었던 그녀는 다음날 오후 추위를 피해 다른 곳에서 잠을 자고 돌아온 동료들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되었다. 비공식적으로 전해진 부검결과에 따른 사인(死因)은 간경화로 인한 합병증. 전문가들은 간질환을 앓고 있다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상태에서 열악한 숙소의 추위로 급격하게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녀의 죽음은 2020년 한국에서 노동하는 이주노동자의 참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근본적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먼저, 이주노동자 건강관리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목숨을 잃을 정도로 심각한 간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4년10개월 동안 한국에서 일하면서 근로자 건강검진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주노동자가 자신들이 낸 보험료에 상응하는 의료 접근권을 보장받았더라면, 최소한 정기적으로 제대로 된 건강검진이라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다면 그녀의 질병은 일찍 발견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의무가입 대상자로 매달 적지 않은 의료보험료를 납부하지만, 이주노동자 건강권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이주노동자 건강관리와 의료접근권 보장을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농촌 이주노동자들에게 강요되는 비인간적 장시간 고강도 노동이 질병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도 크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한 달 평균 휴일은 2.1일. 월평균 근무시간은 283.7시간이었고, 월 300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도 30%를 넘었다. 아무리 농업이 제조업과 달리 근로시간이 유동적인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헌법이 선언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최소한의 재생산도 불가능한 살인적 노동환경이다. 그녀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건은 분명한 업무상 재해, 산업재해 사건이다.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들과 시민단체는 이주노동자의 건강권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비닐하우스 숙소의 문제점을 줄곧 지적해왔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곳은 숙소로 인정하지 않아야 하고, 제대로 된 숙소를 못 갖춘 일터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가장 큰 책임은 고용노동부에 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제안을 외면하고, 농지법 등 현행법에도 위반되는 비닐하우스 숙소를 방치해왔다. 근로기준법은 숙소가 갖추어야 할 최소기준을 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데 전체 3% 정도만 점검했을 뿐이다. 사업주에게 비닐하우스도 월급의 8~13%까지 숙식비로 공제할 수 있는 숙소라고 설명해왔다. 이번 일 이후 내년부터 비닐하우스 숙소를 금지하겠다고 했지만, 기존의 숙소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는 없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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