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그걸 저희가 못 믿어요’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그걸 저희가 못 믿어요’

입력 2020.12.30 03:00

수정 2020.12.30 03:02

펼치기/접기

난방이 끊긴 기숙사에서 농촌 이주노동자가 사망했다. 기숙사는 비닐하우스였다. 지난여름엔 폭우에 이주노동자가 숙소로 사용하는 비닐하우스가 잠겼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겹게 봤던 활자들이 반복해서 찍힌다. “한파경보에 난방 고장 ‘비닐하우스 숙소서 이주노동자 숨져’ ”. 새삼스러울 것도, 놀랄 것도 없는 뉴스다.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도 사람이다’. 당연한 문구들이 산발적으로 울린다. 감정은 메마르고 그 자리에 차가운 냉소만 남는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그러다 인터넷에 떠도는 희생자의 사진을 봤다. 똑같지도, 흔하지도 않은 고유한 인간의 얼굴이었다. 깜짝 놀라 화면을 내려버렸다. 그의 얼굴을 너무 또렷이 봤다가 너무 쉽게 잊을까 두려웠다. 값싼 연민과 동정의 눈길로 너무 쉽게 그의 얼굴을 보는 건 아닌지 부끄러웠다. 그러곤 얼굴도 모르는 농장주를 욕하면서 죄책감을 덜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주노동자의 자리에 건설노동자, 택배노동자, 배달노동자가 와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일터에서 매일 6명씩 살해되고 있는데도 세상은 잘도 돌아간다. 집은 지어지고 인터넷 쇼핑과 배달은 계속된다. 일하다 죽는 것이 밥 먹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반복적인 일상이 됐다. 끔찍한 세상을 멈출 수 없었던 사람들은 결국 자신의 삶을 멈췄다. 일하다 죽는 게 별일이 아닌 세상에서 도저히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며 곡기를 끊었다. 기업에 자식과 동생, 가족을 잃은 이들이다.

이를 불쌍히 여긴 김태년 원내대표가 24일 국회 농성장을 찾아 단식을 풀어 달라고 했다. 그러나 고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불쌍한 유족이 아니라 한 사람의 노동운동가였다. 그가 권력자에게 날린 일갈이 화제가 됐다. “여태까지 여당 혼자 많은 법을 다 통과시켰잖아요. 그런데 왜 이 법은 꼭 야당이 있어야 돼요?” 주목해야 할 말이 더 있다. 김미숙씨는 “법안이 논의만 되고 무산된 게 많잖아요”라고 추궁했고, 김태년 원내대표는 무산될 일 없다고 자신했다.

“그걸 저희가 못 믿어요.” 그와 동료들이 왜 국회의원들에게 맡기지 않고 단식을 하고 있는지, 왜 10만명의 국민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라고 하는지 이 한마디에 모두 담겨있다. 역설적으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정치를 혐오하고, 세상의 변화보다 각자도생을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떠들썩해봐야 변하는 건 없을 거라는 경험과 확신을 가진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세상을 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법 적용을 유예하고, 야당과 기업이 받아들일 수 있게 내용을 수정하자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안다. 법이 통과돼도 현장에서 법을 적용하려면 기업이 고용한 비싼 변호사와 긴 재판, 고통스러운 생존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여기서 물러서지 않는 이유다.

생명은 거래의 대상도, 타협의 대상도 아니다. 이 당연한 가치에는 뜨거운 연민도, 차가운 냉소도 필요 없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따뜻한 연대와 차분한 이성만 있으면 된다. 일하다 죽은 모든 이들의 이름으로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통과를 요구한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