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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 꼬집으면서 비정규직 외면 ‘그들의 모순’…KBS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리랜서 계약해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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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 꼬집으면서 비정규직 외면 ‘그들의 모순’…KBS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리랜서 계약해지 논란

비정규직 문제 꼬집으면서 비정규직 외면 ‘그들의 모순’…KBS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리랜서 계약해지 논란

정규직들만 종영 결정 회의
계약해지된 정이랑 작가
“협의 없는 해고 통보 처음…
비정규직 다룬 마지막 회는
연관된 예민한 내용 편집돼”

“양해해 달라.”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인 <저널리즘 토크쇼 J>(J)에서 일하다 지난해 말 갑자기 계약해지된 프리랜서 정이랑 작가가 방송사 측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그는 “그 말이 갑질이라고 생각한다”며 “양해는 남의 사정을 헤아리고 너그럽게 받아준다는 뜻이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프리랜서에게 방송사 사정을 헤아리고 받아들이란 요구를 하는 건 굉장한 폭력”이라고 했다.

J는 지난해 11월17일 프리랜서 제작진에게 12월 중순쯤 시즌2를 종영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대다수 프리랜서 PD와 작가 등은 계약해지가 되면서 사실상 해고됐다. J가 비정규직의 문제점을 다뤄온 만큼 KBS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2019년 12월부터 J에서 일해온 프리랜서인 정 작가의 이야기를 3일 들었다.

정 작가는 10년 넘게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로 일해왔지만 이번처럼 아무런 협의 없는 계약해지 통보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프로그램이 문 닫으면 보통 2~3개월 전에 그런 이야기들이 오가는데 여긴 못 박듯이 하는 것이었다”면서 “그사이 (KBS 측에서) 들은 이야기가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제작팀 31명 중 21명이 프리랜서였지만 프로그램 종영을 결정하는 논의에는 KBS 기자 등 정규직만 참여했다. 프리랜서 정모 PD는 지난해 11월23일 ‘저널리즘 토크쇼 J 공식카페’ 등에 “전태일 열사 이야기를 방송으로 만들며, 그 방송을 만드는 노동자들을 부당하게 해고하는 모순이 아무렇지 않게 존재하는 곳이 지금의 KBS”라고 밝혔다.

논란이 거세자 J는 지난해 12월13일 마지막회에서 J를 비롯한 언론사 내 비정규직 문제를 다뤘다. 정 작가는 “편집돼 (본 방송에서) 나오지 않는 부분이 주로 KBS나 J와 관련된 부분이라 실망했다”며 “(유튜브 등에서) 공개해온 무편집본도 마지막회는 협의나 공지 없이 내보내지 않았다. 불편한 내용이 많아서라고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방송사의 프리랜서 노동자에 대한 계약해지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2018년 계약해지로 대량 해고된 SBS <뉴스토리> 작가들, 10년간 보도국에서 일하다 지난해 5월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MBC 작가들, 14년간 청주방송에서 일하다 지난해 초 갑작스레 해고당한 고 이재학 PD가 있었다.

정 작가는 “세상에 물음을 던지는 언론·방송사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라며 “제작진에게 표준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프로그램 개폐 시 제작진과 충분한 기간을 두고 협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계약서 조항을 추가하거나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J 프리랜서 제작진은 지난해 12월3일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요구서를 KBS 측에 전달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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