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희망은 어떻게 오는가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희망은 어떻게 오는가

입력 2021.01.15 03:00

수정 2021.01.15 03:01

펼치기/접기

새해, 여전히 코로나19로 시달리지만 어디선가 ‘희망’을 보고 싶었다. 대통령의 신년사를 읽었다. 글은 ‘바람’으로 가득했고, 희망은 좀처럼 보이질 않았다. 바람을 늘어놓는다고 희망이 생기지 않는다. 현실을 직시하고, 해야 할 것을 기억하고 실천할 때, 오늘은 어제와 다르고 내일은 오늘과 다를 것이다. 그 다름, 새로움에서 희망이 움튼다. 희망은 그렇게 온다. 현실과 동떨어진 바람은 희망이 아니라 근거 없는 ‘희망 사항’일 뿐이다.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상임대표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상임대표

신년사에 현실에 대한 대통령의 진솔한 반성이 없다. ‘사람이 먼저’라고, ‘노동 존중’이라 했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자가 ‘일하다 죽지 않게’ 하자는 법안을 껍데기만 남겨놓고 통과시켰다. 정부와 합작이다. 원래 국회에 제출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기업’을 빼고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이름을 바꿈으로써 정부·여당은 자기네 관심이 누구에게,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들에게는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보다는 기업 경영과 경제가 훨씬 더 중요하다. 내용도 전체 사업장의 79.8%인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제외, 전체의 98.8%인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 적용 유예로 변경하여 노동자 생명보호법이 유명무실해졌다. 그런데도 신년사는 “산업재해 예방”을 말한다. 그런다고 희망이 오지 않는다. 코로나19 난국에 부당 해고된 노동자들이 혹한의 날씨에도 서울역이며 여의도며 여기저기서 울부짖고 있다. 그런데도 신년사는 “최대한 고용을 유지”했다며 기업들을 추켜세운다. 그런다고 희망이 오지 않는다.

‘생태계 보전’과 ‘4대강 재자연화’를 말했다. 이전 정권의 대표적 환경 적폐인 ‘설악산오색케이블카사업’이 지난 연말 중앙행정심판위원회 결정으로 다시 살아났다.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다. 우리나라 유일의 원시림을 밀어내고 만든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은 올림픽 후 복원을 약속했지만, 아직 그대로다. 4대강의 16개 ‘보’도 그대로다.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방안은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올라갔지만 감감무소식이다. 현실이 이러니, 신년사의 “지역균형발전”은 ‘토건사업, 경기부양’으로 들린다. 지난해 국내외의 반대를 무릅쓰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투자를 결정하고 신년사는 “탄소중립을 향한 국제 사회의 의지”를 말한다. ‘2050 탄소중립’은 의미와 방향을 잃고 허공을 헤맨다. 희망도 길을 잃는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 30년 전 ‘녹색평론’을 창간하며 발행인 고 김종철 선생이 던진 물음이다. 선생의 현실 진단은 어둡지만 솔직하다. “지금 상황은 인류사에서 유례가 없는 전면적인 위기”다. 선생의 제언은 무겁지만 단호하다. “손쉬운 처방이 없다는 사실” “부분적·임시적·외면적 수습책으로는 절대로 극복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선생의 처방은 소박하지만 근원적이다. “교만”을 “겸손”으로 바꾸어 죽음의 문화에서 “생명의 문화”를 다시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할 때 희망이 있다.

진솔하고 겸손한 눈길로 바라보면, 세상이 우리 모두의 소중한 ‘집’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 눈길은 집 안의 약하고 아픈 존재에게 내미는 손길이 된다. 그 눈길과 손길이 모여 무너져가는 우리 집을 다시 세울 힘이 된다. 그때, 희망이 온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