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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다·n번방과 ‘알페스’가 다른 이유

입력 2021.01.17 16:47

수정 2021.01.17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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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초 커뮤니티 중심, 성적 수위 높은 ‘알페스’ 쟁점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남성 성착취 사건 때마다 여성 공격 ‘맞불’…청원 20만명 넘어
범죄·픽션 동일 취급은 과도…법조계도 “성범죄 단정 어려워”

아이돌 가수 등을 주인공으로 허구의 동성애 관계 등을 상상해 만든 창작물 ‘알페스’의 성범죄 성립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알페스 이용자 처벌 촉구 글에는 2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하지만 남초(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가속화된 알페스 쟁점화 시점을 놓고 ‘n번방’ ‘이루다’ 등 성착취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맞대응 전략으로 활용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알페스 이용자를 처벌해 달라’는 글에는 17일 오후 4시 기준 20만7000여명이 동의했다. 이 글은 “알페스는 실존하는 남자 아이돌을 동성애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변태스러운 성관계나 강간을 묘사하는 성범죄 문화”라고 밝혔다. 알페스는 영문 ‘RPS’(Real Person Slash)를 한국어로 줄여서 발음한 말로, 실존 인물의 애정관계를 다룬 소설, 그림, 영상 등을 뜻한다.

알페스는 1세대 아이돌을 상대로 한 ‘팬픽’(Fan Fic·팬이 좋아하는 스타를 주인공으로 쓰는 소설)을 연원으로 한다. 팬픽 문화는 1990년대 일본에서 유입돼 H.O.T.와 젝스키스 등 남성 아이돌 가수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팬픽이 인기를 끌자 SM엔터테인먼트는 2006년 소속 가수를 소재로 한 팬픽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오랜 기간 팬덤 하위문화로 존재했던 알페스가 논란이 된 것은 수위 높은 성적 묘사가 창작물에 포함된 이후이다. 실존 인물이 등장하는 창작물이다보니 당사자에게 성적 모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란은 아이돌 가수의 인권 보호보다는 ‘소라넷’ ‘텔레그램 n번방’ 등 주로 남성이 가해자인 성착취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맞대응 전략으로 더 많이 활용돼왔다. 이번에도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의 성희롱 논란이 점화되자 알페스 문제가 재점화됐다. 남초 커뮤니티에 게시된 ‘이루다를 성착취하는 법’ 등의 게시물이 비판받자 “알페스가 더 문제”라며 ‘맞불’을 놓기 시작한 것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도 알페스를 ‘제2의 n번방’ 사건으로 지칭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알페스 비판이 과도하다는 입장이 많다. 위근우 대중문화평론가는 “실제 미성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영상물을 만들고 공유하는 n번방과 아이돌 중 누구랑 누구랑 사귀는 걸 상상하고 글로 쓰는 것은 동일한 범죄에 놓을 수 없다”며 “알페스 논의는 ‘허수아비 때리기’에 가까운 부분이 있다. 여성운동에 대한 ‘백래시’(역습)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지난해 n번방 사태 때에도 여성들이 창작하는 팬픽 역시 성희롱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등장했으나 ‘본질 흐리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법조계에서도 알페스를 성범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곽소영 변호사는 “성범죄는 당사자들 간의 권력관계가 깔려 있고 그것을 부당하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실현하려고 하는 것인데 알페스에서는 그런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며 “성범죄로 단정해 처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미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실존 인물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것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성폭력특별법 등에 없다”며 “다만 당사자가 고소 할 경우 명예훼손이 될 수 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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