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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의 ‘경계넘기’

입력 2021.01.28 20:25

수정 2021.01.2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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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재일동포 기업인 손 마사요시(孫正義·64)는 고교 시절 역사소설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료마가 간다>를 읽고 에도시대 말기의 풍운아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에 매료됐다. 시코쿠의 하급무사였던 료마는 시대를 뛰어넘는 혜안과 지략으로 일본 근대화의 길을 연 인물이다. 료마가 탈번(脫藩·자신이 속한 제후국을 벗어남)의 결행을 통해 새 시대를 연 것처럼 손 마사요시도 16세의 어린 나이에 미국 유학길에 오름으로써 ‘경계를 넘는’ 인생을 펼쳐갔다.

손 마사요시는 귀국 후 후쿠오카에서 ‘유니슨 월드’라는 컴퓨터 도매회사를 차렸다가 이듬해인 1981년 소프트웨어 도매, 컴퓨터 잡지 출판 등을 하는 소프트뱅크를 창립했다. 소프트뱅크는 1994년 상장 이후 1996년 야후저팬을 인수하며 성장궤도에 올랐다. 2006년에는 영국의 보다폰 일본법인을 1조7500억엔(18조원)에 인수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무모한 투자라는 초기 비판은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며 찬사로 바뀌었다.

야스모토(安本)라는 일본성을 쓰던 손 마사요시는 첫 기업 유니슨 월드를 창업할 때 한국 성을 쓰기로 결심했다. 친족들이 “재일동포들은 은행돈을 빌릴 수 없다. 문턱이 10배는 높아질 건데 왜 어려운 길을 굳이 가려고 하느냐”고 했지만 밀어붙였다. 그는 후일 “재일한국인도 일본인 못지않게 능력이 있음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1990년 일본 국적을 취득할 때 법무당국은 “일본에 없는 성”이라며 퇴짜를 놨다. 그러자 일본인 아내의 성을 ‘손’으로 바꾸는 기지로 돌파했다.

그는 ‘일본의 한계’를 주저없이 뛰어넘었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자 아이폰 보급에 공격적으로 나서 ‘갈라파고스화’가 심한 일본 휴대폰 시장에 파열음을 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자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 산업을 통해 일본의 원자력 의존체질을 바꾸려 했다.

손 마사요시가 40년간 키워온 소프트뱅크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일본 언론들이 지난 26일 전했다. 회사를 아주 떠나지 않고 ‘창업자 이사’로 활동하는 것이지만, ‘60대에 사업을 후대에 물려주겠다’는 당초 계획은 실행한 셈이다. 손의 이번 결정이 또 다른 탈번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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