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석방 촉구 러 시위대…저항의 상징 된 ‘황금 변기솔’

윤기은 기자

푸틴 ‘호화 궁전’ 의혹에 분노한 시민들 풍자 도구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린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한 시위 참가자가 모스크바 트베르스카야 거리에서 정부 저항의 상징인 황금색 변기솔을 치켜들고 있다.  모스크바 | 타스연합뉴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린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한 시위 참가자가 모스크바 트베르스카야 거리에서 정부 저항의 상징인 황금색 변기솔을 치켜들고 있다. 모스크바 | 타스연합뉴스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러시아의 대규모 시위에서 ‘황금색 변기솔’이 새로운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전국 100여개 도시에서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2주 연속 일어난 가운데 러시아 노바야가제타와 인테르팍스 등은 일부 시위대가 “나발니를 석방하라”는 손팻말 대신 황금색 스프레이 물감을 칠한 플라스틱 변기솔을 치켜들었다고 보도했다. 색을 미처 칠하지 못해 하얀색 변기솔을 들고나온 시민들도 있었다.

황금색 변기솔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호화 궁전’을 풍자하기 위한 도구다. 지난달 19일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이 11억유로(약 1조4700억원) 규모의 호화 리조트를 숨겨놓았다고 폭로하면서, 건물 안에는 개당 700유로(약 95만원) 상당의 황금 변기솔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분노한 한 시민이 지난 23일 열린 첫번째 대규모 시위에 황금색을 칠한 변기솔을 들고 참가했고, 이 모습이 담긴 영상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서 18만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여기에 호응한 시민들이 31일 열린 시위에서 더 많은 황금색 변기솔을 들고 시위에 참가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호화 궁전은 내 것이 아니다”라고 직접 해명했지만,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 시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러시아 통계청은 지난해 1~9월 전체 인구 중 13.3%에 달하는 960만명이 최저생계비 이하로 생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13.1%) 대비 0.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실업자가 급증하는 등 서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기 위해 크렘린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3월부터 노보오가료보 지역의 관저에 머물며 원격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 탐사보도 매체 ‘프로엑트’(Proekt)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소치에 만든 집무실에서 기거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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