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17년 5월 한국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했다. 그는 본국에서 야당 활동을 하다 정부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았다. 그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탈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해 11월 A씨는 출입국사무소로부터 강제퇴거 명령을 받고 외국인보호소에 보내졌다. 그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이듬해 5월 강제퇴거 명령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후 법원으로부터 집행정지 결정을 받기까지 약 6개월간 외국인보호소에 갇혀 있었다.
A씨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남기용 판사는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외국인을 송환할 때까지 보호시설에 보낼 수 있도록 한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고 3일 밝혔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 헌법재판소가 해당 법률의 위헌 여부를 가리게 된다. 이로써 해당 조항에 대한 헌재의 위헌법률심판은 지난 2019년 12월 수원지방법원의 제청 신청에 이어 2건이 됐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기간의 상한을 정하지 않아 무기한 구금을 가능케 하는 등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며, 신체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침해함에도 법무부 외 제3의 독립된 중립적 기관이 관여하는 절차가 없어 적법절차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난민인권단체들은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의 강제퇴거 명령이 기본권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이라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현행 난민법 제3조는 난민인정자, 인도적체류자, 난민신청자를 본인의 의사에 반해 본국으로 강제송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가 비준한 국제법 ‘난민협약’ 역시 “난민을 어떠한 방법으로도 그 생명 또는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해서는 안 된다”며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은 강제퇴거 명령과 함께 송환이 불가능할 때 외국인보호소에 보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난민은 외국인보호소로 보내져 본국으로 송환되거나 난민 인정을 받을 때까지 길게는 수년씩 외국인보호소에 갇혀 있어야 한다.
사단법인 두루의 이상현 변호사는 강제퇴거 명령에 의한 외국인 보호 조치에 대해 “법조문에는 ‘보호’라고 표현돼 있지만 사실상 송환을 위한 구금”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보호소의 각 호실은 쇠창살로 구분돼 있고, 좁은 공간에서 10~15명이 생활하는 구조다. ‘보호외국인’이라고 적힌 옷을 입어야 하고, 사복을 입거나 자유롭게 외출을 할 수도 없다. 의료 환경이 열악해 2019년에는 1년간 구금돼 있던 50대 남성 B씨가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기도 했다. 화성외국인보호소방문 시민모임 마중은 지난달 4일 외국인보호소의 수용 인원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꾸준히 증가해 수용인원이 평소보다 2~3배 가까이 늘어나 과밀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헌재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대해 이미 두 차례 합헌 판단을 내렸다. 2016년 해당 조항과 관련된 헌법소원에서는 4명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냈고, 2018년 위헌법률심판에서는 과반인 5인이 위헌이라고 판단했지만 정족수인 ‘6인 이상’이 되지 못해 합헌이 유지됐다. 2018년 당시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이진성, 김이수, 강일원, 이선애, 유남석 등 재판관 5인은 “기간의 제한 없는 보호를 가능하게 한 것은 행정의 편의성과 획일성만을 강조한 것으로 피보호자의 신체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객관적·중립적 지위에 있는 자가 인신구속의 타당성을 심사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행 방식은) 객관적·중립적 기관에 의한 절차적 통제가 이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상현 변호사는 “최근 들어 법원이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대 적극적으로 위헌제청을 하고 있다”면서 “법원도 외국인보호소 제도의 위헌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상황에서 결국은 헌재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