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공장 신축 자금 회수 가능할까…코로나 타격 기업, 재무제표에서 봐야 할 것](https://img.khan.co.kr/news/2021/02/07/l_2021020801000725900072551.jpg)
화장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A기업은 2020년을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고자 2019년까지 100억원을 들여 공장을 신축했다. 2020년 새해를 맞이하여 회사는 새 공장에서 야심차게 신제품을 출시했다. 대대적인 광고와 홍보활동을 통해 흥행에 불을 붙이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계획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2020년 가결산을 해보니 2019년 대비 매출액이 20% 이상 감소하며 영업적자에 빠져버렸다. A기업은 정상적으로 신제품 판매가 잘 이루어지면 공장 짓는 데 투자한 100억원을 5년 내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상시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화장품에 대한 전체 수요가 줄어든 상황이고 중국 수출도 예년만 못하다 보니 당분간 흑자 전환도 쉽지 않아 보여 투자비 회수는 어려울 것 같다. A기업은 공장을 새로 짓고 5년 내에 회수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에 공장에 대하여 5년간 감가상각하기로 했다. 손익계산서에 공장에 대한 감가상각비로 20억원을 비용 처리하고 재무상태표에 공장 80억원을 유형자산으로 표시했다. 과연 이렇게 회계처리하는 게 맞을까?
회계학에서 자산은 미래에 경제적 효익이 기업에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경제적 자원이라고 정의한다. 즉 미래에 돈을 벌어줄 것으로 기대되면 자산이고 그렇지 않으면 비용이 된다. A기업의 유형자산인 공장이 80억원의 자산으로 인정받으려면 미래에 그 이상 돈을 벌어줄 것이라는 입증을 해야 한다.
유형자산은 어떻게 회사에 돈을 벌어주는가?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유형자산을 사용해, 즉 생산된 제품을 판매해 80억원 이상 벌어오면 된다. 두 번째는 유형자산을 매각해 돈을 회수하는 방법이 있다. 전자는 사용가치, 후자는 매각가치라고 한다.
A기업은 적자에 빠졌고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공장 사용가치가 80억원이 될 것 같지 않다. 미래 손익을 추정해보니 그래도 사업을 하면 향후 40억원은 벌 수 있을 것 같다. 80억원짜리 공장으로 40억원을 벌 바에는 차라리 매각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공정가치 평가를 받아보니 60억원은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회사 경영자가 사업을 계속 이어갈지, 지금 접고 매각할지 바로 결정할 필요는 없지만 재무상태표에 유형자산은 80억원이 아닌 60억원으로 표시하는 게 맞다. 이 유형자산은 미래에 최대 60억원밖에 못 벌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20억원은 바로 손상차손이라는 비용계정과목으로 손실처리해야 한다.
2020년 잠정실적 발표에서 자본잠식 사실을 공개한 쌍용차의 3분기 보고서를 찾아보면 취득한 유형자산 3조8000억원 중 5000억원 이상이 손상처리되어 있다. 쌍용차는 그동안 자동차 생산공장에 큰돈을 투자했지만 실적 악화로 결국 투자비 일부는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계속 손실로 떨어낸 것이다.
2020년 기업 회계결산의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이 자산 손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적 악화에 빠진 기업, 특히 전통 제조업이 많기 때문이다. 유형자산에 대한 선투자가 이루어진 후에 제품 생산과 판매로 이익 창출과 투자비 회수를 해야 하는 제조업은 2020년에 실적 악화가 컸고 미래는 더욱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기업의 주주나 채권자는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의 재무제표가 공시될 때 얼마나 많은 유형자산이 손실로 처리됐는지 꼭 살펴봐야 한다.
3분기까지 영업적자에 빠진 자본 규모가 작은 기업은 연말 결산 후 유형자산 손상으로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특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