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개성공단 폐쇄 5년 ‘유감’

서의동 논설위원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지난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경향신문 자료사진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지난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경향신문 자료사진

개성공단 가동 초기이던 2006년 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중국 광저우와 선전을 시찰했다. 1979년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후 괄목상대하게 성장한 선전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저개발국의 경제특구는 초기 노동집약적 위탁가공업에서 시작해 기술집약적 산업을 거쳐 하이테크 산업으로 옮겨 가는데 선전이 그 대표 사례다. 선전과 개성은 닮은 점이 많다. 홍콩과 인접한 선전이 초기 화상(華商)자본으로 성장했듯 개성공단도 남한 기업들 투자가 자양분이다. 홍콩에서 관광객들이 버스로 1시간 거리의 선전을 찾는데, 서울 은평구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개성도 관광 여건이 그 못지않다.

김정일 위원장이 초기에 북측 노동자들의 급여를 월 50달러만 받겠다고 한 것은 개성공단의 먼 미래를 내다본 결정이었을 것이다. 남북관계의 부침으로 원대한 청사진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폐쇄 전까지 입주해 있던 124개 기업은 개성공단의 덕을 톡톡히 봤다. 문을 닫은 지 5년이 됐지만 입주기업 92%가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면 재입주 의향이 있다’(중소기업중앙회 조사)고 할 정도다.

개성공단은 ‘날마다 작은 통일이 이뤄지는 현장’이었다. 반바지 차림 남측 사람들에게 상스럽다고, 머리를 염색한 주재원에게 “미친 거 아니냐”고 하던 북쪽 사람들이 어느새 슬쩍 머리카락을 염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도, 나중에는 끄덕끄덕하더라.”(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개성공단은 ‘1민족 2체제’가 공존하며 융합하는, 문화인류학적 실험장이었다.

2016년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한 것은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였다. 그런데 2018년 상반기 김정은 총비서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모라토리엄)하면서 제재의 원인은 사라졌다. 가정은 부질없다고 하지만, 한번쯤 상상해본다. 그 모라토리엄과 한반도 화해 국면을 활용해 문재인 정부가 담대하게 공단 재가동에 나섰더라면? 미국이 싫어했겠지만,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할 만하지 않았을까. 당시 해빙 국면에서 정부가 분위기를 잡아 나갔더라면 어땠을까. 국제정치 현실을 모르는 ‘잠꼬대’일까. 공단 폐쇄 5년에 만감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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