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가 추진하는 공공조형물 조성 사업(경향신문 2월3일자 10면 보도)이 심의 등 절차 없이 단체장의 판단만으로 이뤄지고 있어 예산 낭비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북도는 안동 신청사 부지에 2018년부터 조형물 3건을 설치(예정 포함)하면서 10억원에 육박하는 세금과 기업 후원금을 썼다. 도는 2019년 12월 청사 앞마당에 예산 1980만원을 들여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의 뼈 조형물을 설치했다. 이는 이철우 지사가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공룡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멸종한 것처럼, 공직사회도 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추진됐다.
하지만 이 지사는 이번에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의지를 담아, 이달 말쯤 높이 18m에 이르는 활주로 형태의 조형물을 도청 앞마당에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공룡 조형물은 설치 1년 만인 지난해 11월 도청 구석으로 밀려났다.
활주로 조형물 설치비용인 4억원을 경북도 자금을 관리하는 NH농협은행 경북영업본부가 경북문화재단에 기탁금 형태로 낸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현행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나 지자체에 과도한 이익 제공을 금지한 은행법을 어긴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농협 측은 “(신공항 건설이) 도민의 염원이었던 만큼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지 고민하다가 (이 지사와) 뜻이 맞아 기부금을 냈다”고 밝혔다.
앞서 2018년 7월 도청 인근에 놓인 천마상도 심의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김관용 전 지사가 사업을 주도했다. 시설비와 용역비 등 세금 5억1200만원이 들었다. 현행 조례에는 공원이나 광장 등 공공시설에 조형물을 설치할 경우 심의위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자체 업무시설인 도청사는 조형물 설치 조례상 심의 대상에서 빠져 있는 등 (조례 적용이) 애매한 측면이 있다”면서 “다만 조형물의 무분별한 설치를 막기 위해 별도 심의를 거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충북도나 대구시 등 상당수 지자체는 공공기관에 조형물을 설치할 때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공공디자인진흥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뒤 사업을 추진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세금으로 조형물을 마음대로 설치하고 정치적 욕심 등을 채우는 지자체장에 공감할 주민이 누가 있겠느냐”면서 “주민의 의견을 묻고 추진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