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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맞서다 혀 절단’ 사건, 56년 만의 재심 청구 기각

입력 2021.02.18 20:54

수정 2021.02.1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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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무죄 인정할 새 증거 없다”

여성단체 “정당방위 해당…항고”

성폭행에 저항하다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여성이 정당방위를 인정해달라며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와 여성단체는 즉시 불복 의사를 밝혔다.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권기철)는 재심 청구인 최모씨(75)의 재심청구 사건과 관련, 재심 이유가 없어 기각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청구인이 제시한 증거들을 검토한 결과 무죄 등을 인정할 새로운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정당방위 주장에 대해 “새로운 증거의 출현 때 논하는 것이지 법률의 해석이나 적용의 오류가 발견된 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최씨는 1964년 5월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모씨(당시 21세)의 혀를 깨물어 1.5㎝가량 자른 혐의로 이듬해 1월 부산지법 형사부로부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6개월간 옥살이를 했다.

이 사건은 법원행정처가 법원 100년사를 정리하며 1995년 발간한 <법원사>에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최씨는 2018년 ‘미투’ 운동이 한창일 때 용기를 내 부산여성의전화와 상담했고, 여성단체 도움으로 지난해 5월 부산지법에 자신의 ‘중상해죄’ 유죄판결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해달라는 취지로 재심 청구서를 냈다.

재판부는 기각 결정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재판부는 “정당방위를 논할 때 언제나 등장하고 회자된 ‘혀 절단’ 사건의 바로 그 사람이 반세기가 흐른 후 자신의 사건을 바로잡아달라고,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달라고, 성별 간 평등의 가치를 선언해달라고 법정에 섰다”며 “재심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청구인의 용기와 외침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고,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공동체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커다란 울림과 영감을 줄 것이라고 답변한다”고 밝혔다.

고순생 부산여성의전화 대표는 기각판결이 나오자 곧바로 항고 의사를 밝혔다. 고 대표는 “판결문을 보면 ‘재심은 안 된다’고 결정해 놓고 판결문을 작성한 것 같다”며 “기각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내용이 거의 비슷한 지난해 2월 ‘부산 황령산 혀 절단 사건’은 정당방위가 인정됐는데 그 사건은 되고, 이 사건은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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