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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은 삶의 전환으로 온다

입력 2021.02.19 03:00

수정 2021.02.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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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도 조류 인플루엔자로 가금류 2540만마리가 ‘살처분’ 당했다. 그런데 이제는 별로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 듯하다. 고기는 가축을 길러 얻는 게 아니라 돈으로 사는 상품이 되었다. 편리해졌지만 그 고기가 한때는 우리 같은 ‘생명’이었음을 알기 어려워졌다. ‘예방적’ 살처분은 대부분 생매장이고, 생매장은 동물보호법 위반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제품의 재료에 생긴 문제의 확산을 원천 봉쇄하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처방으로 묵인된다.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상임대표

조현철 신부 녹색연합 상임대표

어릴 때, 길에서 파는 병아리가 너무 예뻐 집에 사 온 적이 있다. 식구들 먹이려고 닭을 쳐본 적이 있던 엄마는 그런 병아리는 얼마 못 산다고 하시면서도 그 병아리를 정성껏 키우셨다. 엄마의 정성으로 병아리는 무럭무럭 자라 중닭이 되어 손바닥만 한 시멘트 마당을 푸드덕대며 뛰어다녔다. 병아리가 하루가 다르게 닭으로 변하는 건 신비로운 일이었다. 닭이 좁은 집에서 키우기 힘들 정도로 커졌을 즈음,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닭백숙이 상에 놓여 있었다. 처음엔 울었고 다음엔 먹었고 나중엔 맛있었다. 닭은 아버지가 집에서 잡으셨다. 가축을 정성으로 키우고, 그렇게 키운 가축을 직접 잡아 식구들의 먹을거리를 마련하면 생명은 그렇게 쉽게 돈으로 환산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생명이 무엇인지 ‘몸으로’ 안다. 당시에 ‘도둑고양이’라며 구박받던 길고양이가 집에 들어오면 아버지는 언제나 무언가를 먹여서 보내셨다. 갓 태어나 우리 집에 온 강아지 ‘쭈리’는 14년 동안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살다 죽어서 뒷동산에 묻혔다.

먹으려고 기르는 가축이지만 살아 있는 동안은 동물의 본성에 따라 충분히 ‘움직이며’ 살게 해야 한다. 그러나 공장식 축산에서 가축은 태어나자마자 고기 생산에 최적화된 공정에 투입되어 상품이 된다. 생명에 대한 일말의 존중도 찾아볼 수 없다. 그렇지만 지금의 육류 소비를 감당하려면 대안이 없다며 공장식 축산은 요지부동이다. 이런 세상에서도 사람만은 존중될 거라는 생각은 순진하거나 위선이다. 빈발하는 아동과 노인 학대, 하루 평균 7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살인적 현실과 살처분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기후위기 시대, 너도나도 에너지 전환을 말한다. 하지만 문제만 기술로 해결하고 원인인 ‘삶’은 그대로 두려고 한다. 현란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삶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자신의 생명까지 갉아먹는 공멸의 삶을 다른 생명도 존중하는 공존의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술은 이 전환을 현실화하는 방법이어야 한다. 공장식 축산은 삶의 전환 없이는 문제 해결도 없다고 경고한다. 육류 소비를 대폭 줄이지 않으면 메탄가스 배출은 계속 늘어난다. 2018년 기준, 가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5% 정도,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28배 정도다. 기후위기는 대규모 탄소 배출에 의존하는 삶과 결별할 것을 요구한다.

삶의 전환 없이는 구원도 없다. 성경은 삶의 전환을 ‘메타노이아(회개)’라 부른다. 회개는 옛 삶에서 시대의 징표가 요구하는 새로운 삶으로 ‘돌아섬’이다. 이틀 전 교회는 신자들의 머리에 ‘재’를 얹으며 회개의 때, ‘사순 시기’에 들어섰다. 살처분이 일상화되고 기후가 재난인 시대, 어떤 삶으로 돌아서야 할지는 자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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