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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한국적인 영화 ‘미나리’, 세계에 통한 이유

입력 2021.02.21 16:51

수정 2021.02.2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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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는 1980년대 한국인 이민자인 제이콥·모니카의 가족이 미국 아칸소주 시골에 정착해 살아가는 이야기다. / 판씨네마 제공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한국인 이민자인 제이콥·모니카의 가족이 미국 아칸소주 시골에 정착해 살아가는 이야기다. / 판씨네마 제공

지극히 가족적인, 어쩌면 지극히 한국적인 영화.

영화 <미나리>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미나리>의 배경은 미국 아칸소 주, 한국인 이민자 가족이 중심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냥 ‘한국 가족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각자 최선을 다해 살다보니 싸우게 되고, 반목하고, 그 과정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게 되는 보통의 우리 이야기다.

다음달 3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미나리> 시사회가 지난 18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렸다. <미나리>는 해외 영화제에서 현재까지 61관왕에 올랐다. 오스카(아카데미)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미국영화연구소(AFI)에서 올해의 영화상을 수상했으며, 골든글로브·아카데미 등 미국 유력 영화제 수상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영화 배경은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다. 한국인 이민자인 제이콥(스티븐 연)과 모니카(한예리) 부부, 딸 앤(노엘 케이트 조)과 아들 데이빗(앨런 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아칸소주의 시골 지역으로 이주한다. 제이콥은 이민자들이 주로 하는 병아리 암수 감별 같은 허드렛일보다 좀 더 큰 규모의 일로 돈을 벌어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그는 자신만의 경작지를 개척하려 한다. 반면 모니카는 심장이 약한 아들이 걱정돼 큰 병원이 있는 도시에서 살고 싶어한다. 그는 제이콥이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까먹으며 성공 가능성이 적은 농장 개척을 시도하는 것이 못미덥다.

할머니와 손자가 아웅다웅하며 정들어가는 모습 등 영화는 평범한 가족의 일화들을 보여준다.  / 판씨네마 제공

할머니와 손자가 아웅다웅하며 정들어가는 모습 등 영화는 평범한 가족의 일화들을 보여준다. / 판씨네마 제공

모니카의 엄마인 순자(윤여정)는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온다. 내성적인 데이빗은 선이라고는 지키지 않는 한국 스타일의 할머니와 투닥거린다. 할머니에게서 나는 ‘한국 냄새’, 할머니가 가져온 쓴 보약, 할머니가 내뱉는 ‘염병’같은 한국식 욕이 제이콥에게는 낯설고 어색하다. 데이빗은 “할머니는 할머니 같지 않아요” “할머니한테서 ‘한국 냄새’ 나요”라고 쉴새없이 투덜대지만, 어느새 순자와 사이좋게 화투를 친다.

영화 배경이 되는 시대와 장소는 현재와 좀 떨어져 있지만, 영화는 너무나 보편적이라 별다른 설명 없이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가부장적인 모습이 답답할 때도 많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짠하게 느껴지는 아버지, 생업에 쫓겨 늘 지쳐있다가도 자식들 일이라면 눈에 결기가 어리는 어머니, 손주라면 덮어놓고 1등으로 여기는 할머니. 그 옛날 우리가 늘 보면서 자라왔던 가족들 모습이다.

특히 순자의 말씨와 몸짓은 우리네 할머니들 모습을 너무나 잘 재현해낸다. 마치 할머니 품에서 느껴지던 냄새가 스크린 밖으로 느껴지는 것만 같다. 순자는 몸이 약한 데이빗을 “스트롱 보이”라고 부르며 은근슬쩍 데이빗을 추켜세워준다. 어느날 데이빗이 서랍을 열다가 발을 다치자, 순자는 데이빗의 상처를 치료해준 후 서랍을 혼내준다. “누가 그랬어, 저 서랍이 잘못했어? 에이 떼끼”라며 혼낸다. 순자는 생계에 지쳐 자주 다투는 부모를 보며 긴장해있던 데이빗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정 감독의 부모님은 미국에 이민을 왔으며, 정 감독은 아칸소 시골 마을의 작은 농장에서 자랐다. 그는 자신의 딸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 <미나리>의 초기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자신이 딸 나이였을 때 겪었던 일들 80여 장면 정도를 떠올리며 써내려갔다고 한다.

배우들과의 협업은 영화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초기 대본은 대부분 한국어였으나, 정 감독은 미국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대사 대부분이 문어체였다. 정 감독은 배우들 의견을 들으며 대본을 더욱 사실적으로 다듬었다. 영화 속에서 데이빗이 아버지에게 혼나면서 귀여운 잔꾀를 부리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은 윤여정에게 이 상황에서 할머니가 손자에게 어떤 말을 할 것 같은지 물었다. 순자는 “네가 이겼다”라고 껄껄 웃으며 데이빗을 쓰다듬고 잽싸게 자리를 뜨는데, 이 장면 대사와 애드리브는 윤여정이 제안한 것이다.

해외 평단에게도 <미나리>의 보편성이 통한 것 같다. 영국 가디언지는 <미나리> 리뷰에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과 <페어웰>에서는 문화적 충돌과 정체성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가족을 소재로 뒀으나, <미나리>의 이야기는 이와는 정반대다”라고 적었다. “<미나리>는 가족의 분투를 첫 번째로, 정체성 이야기를 두 번째로 뒀다. 이 때문에 <미나리>는 매우 일상적이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야기다”라는 것이다. 가디언지는 리뷰에서 “미나리가 문화 충돌에 대해서 완전히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를 핵심 주제로 다루지 않았기에 아칸소에 가본 적도 없고 한국어를 모르지만 영화가 와 닿았다(the film still spoke to me)”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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