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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신념에 ‘진정성 잣대’…논란 여지

입력 2021.02.25 21:17

수정 2021.02.25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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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비종교적 양심적 병역거부’ 3명 중 1명만 무죄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홍정훈씨(왼쪽), 오경택씨(왼쪽에서 세번째) 등이 25일 대법원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두 사람에 대해 ‘신념이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홍정훈씨(왼쪽), 오경택씨(왼쪽에서 세번째) 등이 25일 대법원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두 사람에 대해 ‘신념이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어릴 때부터 일관된 신념”
예비군훈련 거부 무죄 근거

대법원이 25일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3명에 대해 엇갈린 판결을 내놨다. 종교적 배경은 없지만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에 반대한다는 ‘양심’은 같았다. 한 사람은 이 양심의 진정성을 인정받아 무죄 판결을 받았고, 두 사람은 ‘진정한 양심’이 아니라며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이날 오전 예비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여호와의증인 신도가 아닌 비종교적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가 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군에서 만기제대한 뒤 ‘인간에 대한 폭력과 살인의 거부’라는 비종교적 신념에 따라 예비군훈련 등 참여를 거부해 기소됐다. 1·2심 법원은 A씨가 어릴 때부터 폭력에 대해 경각심을 가졌고,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을 키웠으며, 어머니의 설득으로 군에 입대했지만 사람에게 총을 쏘는 행동이 양심에 반함을 깨달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훈련과 병력동원훈련 거부의 경우에는 법에서 정한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대법원1·3부(주심 박정화·민유숙 대법관)는 비종교적 신념에 따른 또 다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홍정훈·오경택씨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놨다. 병역거부를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홍씨는 2016년 12월 “폭력을 내면화하는 군대에 비폭력 수단으로 저항하겠다”며 현역병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오씨는 “국민을 향해 작전하고 학살하는 군대에 들어갈 수 없으며 총을 잡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2018년 6월27일 입대거부를 선언해 같은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두 사람은 1·2심에서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상소했다.

“군대 반감, 상황 따라 달라”
징역형 2명, 원심 판결 확정

‘깊고 확고하며 확실한’ 신념
“양심의 판단 범위 더 좁혀”

대법원은 이들이 병역거부의 사유로 든 ‘양심’의 진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홍씨의 경우 “병역거부가 비폭력·평화주의보다는 주로 권위주의적 군대문화에 대한 반감 등에 기초하고 있어 양심적 병역거부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 판결을 수긍했다. 오씨에 대해선 “모든 전쟁이나 물리력 행사에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고 목적, 동기, 상황에 따라 전쟁이나 물리력 행사에 가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원심 결론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비종교적 이유로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면서도 이들의 사례가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진정한 양심, 즉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8년 11월 여호와의증인 신도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면서 헌법이 보호하려는 양심에 대해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이라고 정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비종교적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기는 했지만, 명확한 판단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반대의견을 낸 김소영·이기택 대법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다수의견이) 헌법상 보호받기 위한 양심의 요건으로 ‘신념의 깊고 확고하며 진실함’을 추가하여 그 범위를 더욱 좁히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날 대법원도 홍씨와 이씨에 대해 판결을 선고하며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진 않았다. 비종교적 신념의 병역거부자는 객관적 자료로 여겨지는 종교활동 내역이 없기에 양심의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더 통과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날 헌법재판소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결정이 있었다. 헌재는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훈련을 받지 않으면 처벌하도록 하는 예비군법 조항이 양심의 결정에 따라 훈련을 거부한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 대해 “위헌의 문제가 아닌 법원의 판단 문제”라며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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