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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투모로우’가 현실로…‘전기 재난’ 대책이 시급하다

입력 2021.02.28 21:28

수정 2021.02.2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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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성호 |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
[찌릿찌릿(知it智it) 전기 교실]영화 ‘투모로우’가 현실로…‘전기 재난’ 대책이 시급하다

2004년 개봉한 <투모로우>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재난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와 기류의 흐름이 바뀌어 지구에 빙하기가 찾아온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에서 보여준 추위의 강도와 확산 속도가 과학적으로 볼 때 좀 과장된 면이 없진 않지만,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한파로 인한 재난 발생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상황이 이젠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2월 중순, 북극에서 뻗어나온 강력한 고기압으로 인해 북미 대륙에는 유례없는 겨울폭풍이 몰아쳤다. 멕시코와 붙어 있는 미국의 남쪽 주 가운데에는 온도가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져 알래스카보다 추워지는 기이한 현상을 겪은 곳도 있었다. 일조량이 강해 ‘선벨트’라 불리는 남부 지역도 갑작스러운 추위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파로 인해 대규모 전력부족 및 정전 사태가 발생해 인명피해까지 생긴 텍사스주는 중대 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일반적으로 전력 생산은 중장기 및 단기 수요 예측에 따른 발전설비의 가동 및 운영 일정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러한 예측은 기온 및 날씨 등 기존 유사 상황하의 수요 패턴과 여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주요 변수를 고려해 계산된다. 그런데 발생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낮은 사건의 경우 변수에서 제외되기 쉽다. 물론 여기에 예상치 못한 급격한 수요 증가에 대비해 ‘예비력’이라는 개념으로 일부 설비가 가동할 준비를 하지만, 그 준비 수준도 경제성 등을 감안해 결정하게 된다.

이번 텍사스 정전 사태는 유례없는 갑작스러운 한파로 난방시설이 갖추어지지 못한 주거환경에서의 난방용 기기 구매 및 사용이 급증한 것에 비해 이를 받쳐줄 수 있는 전기공급 능력이 부족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운영 중이었던 석탄화력, 풍력 그리고 가스발전 등 다수의 전력생산 설비들이 한파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서 고장이 발생해 가동이 중단됐고, 이로 인해 전력생산량이 감소했다. 또한 텍사스 전력망은 다른 지역 전력망과 연계되지 않고 따로 분리돼 운영됐다. 이 때문에 한파가 몰아닥친 몇몇 주에서는 연결된 전력망을 통해 긴급히 다른 주에서 생산된 전력을 구입해 공급했던 것에 비해 텍사스는 그러지 못했다.

재난 상황은 ‘Low Frequency, High Impact(저빈도, 고충격)’로 표현할 수 있다. 발생하면 피해가 상당히 크지만, 일어날 확률이 비교적 낮은 것이다. 따라서 전력시장 자유화로 이윤 추구가 주요 목적인 전력공급사들 입장에서는 발생할 확률이 아주 낮은 상황에 대비해 설비투자를 해 놓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연방정부 차원에서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했던 지난 4년 동안 그와 관련된 정책을 세우고 예산을 집행하기에는 명분과 추진력이 매우 약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혹자는 이 정전 사태를 풍력발전 증가에 따른 전원 구성상의 문제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포트폴리오 문제라기보다 전력설비 및 시장운영, 관련 제도가 기후변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재난에 미리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모든 전원들의 공급 능력이 현저히 낮아진 것으로 보아 전원 구성이 지금과 달랐다고 해도 정전을 막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상이변 가능성을 고려한 대책이 제도적으로 반영돼 방한을 위한 설비 보강이나 계통 연계 확대에 따른 타 지역 전기 유입이 가능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텍사스와 같이 독립된 전력계통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도 이를 반면교사 삼아 발생할 수 있는 재난 상황에 대응할 방안을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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