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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대타협 특별법’은 어떨까

입력 2021.03.01 03:00

수정 2021.03.0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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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왜 이럴까. 아무리 다급하다고 하더라도, 양심적인 정부라면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최근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를 생략해도 좋은 국가적 사업 목록을 발표하면서 거기에 대규모 토건사업들을 쭉 나열한 것은 또 하나의 충격적인 뉴스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돌아가신 김종철 선생이 2019년 녹색평론 제165호에 쓰신 글이다. 가덕도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하는 과정을 보면서 김종철 선생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뭐라도 한마디 하셨을 것 같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2020년 2월, 영국 항소법원은 히스로 공항 제3 활주로 건설이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파리협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팬데믹 이후로는 더욱 그렇겠지만, 그 전에도 이미 항공업계에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항공 총량을 줄여야 한다는 논의들이 있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소음 문제로 야간 항공 금지 판결이 내려진 이후로 많은 공항들이 24시간 공항에서 심야 휴무로 전환하는 중이다. 심야시간에는 대중교통이 없을뿐더러, 근무시간 단축 경향으로 점점 더 심야시간에 트럭 등을 운행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점점 노동시간을 줄여나가는 시대에 공항을 운행하는 화물차 종사자에게만 심야 근무를 하라고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공항과 관련해서 한국이 주로 참고하는 건 일본 사례인데, 일본엔 97개의 공항이 만들어졌다. 절반 이상인 54개가 지방관리공항이다. 일본에 공항이 이렇게 많아진 것은 1970년대 만들어진 공항정비특별회계 때문이다. 공항은 자기 지역 예산과 상관 없이 중앙정부의 특별회계를 사용할 수 있으니까, 1990년대 버블 공황 때 많은 지자체들이 지역경제의 회생을 목표로 공항을 지었다. 그래서? 일본에서 제일 처음 ‘지방소멸’이라는 문제가 발생했고, 공항 덕분에 지역경제가 살아난 사례를 찾기는 아주 힘들다.

행정부에서 국회로 법정으로
동남권 신공항 3라운드 예고
‘28조’ 들어가는 그 공사 대신
시민 위한 다른 대안 만들자

부산·울산·경남에 제대로 된 국제공항이 필요한 거 아니냐? 파리항공공단엔지니어링이 제시한 김해공항 증설안은 부산에 불리한 결정이 아니다. 활주로 하나를 증설하고, 안전을 위해서 필요하면 주변 지역을 정비하라는 거다. 물론 이 경우 산을 일부 깎아야 하는데, 부산시가 절대로 이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전제에서부터 논의가 틀어졌다. 파리항공공단 측이 가덕도가 어렵다고 본 주요 이유는 환경적으로 우수한 지역이라서 입지로서는 불리하고, 애초의 동남권 신공항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게 너무 한쪽 경계로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다시 교통 인프라가 최소 몇조원 규모로 더 필요하게 된다.

아예 공항이 없는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김해안(案)이 이미 있는 상황이므로 더불어민주당의 특별법은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 상식적으로 김해공항을 증설하는 게 빠르지, 생태 우수지에 바다를 매립하면서 온갖 법적 절차를 극복하는 게 더 빠르겠는가? 부산 지역에서 해외노선을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도 그렇다. 지금도 김해는 국제공항이다. 노선을 그렇게 배정할 수 있게 정부에서 조정하면 된다. 수요 문제이지, 시설 문제는 아니다.

시민사회에서는 제주 제2공항 등 지역마다 존재하는 공항 반대 운동에 하나의 연대체를 만들려는 흐름이 생겼다. 김해공항 수정안의 법적 해석이 법제처로 가 있는 사이 민주당이 특별법을 만들었다. 행정적 절차를 놓고 조만간 행정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안다. 행정부에서 국회로 그리고 다시 법정으로, 이제 동남권 신공항 3라운드가 시작된다.

1990년대 경제위기 때 일본의 지방정부가 특별회계를 사용해서 공항을 만든 것과 팬데믹 위기인 지금 부산이 같은 상황이다. 만약에 10조원 혹은 그 이상의 예산을 지방정부에서 자신의 예산이라고 생각하고 계획을 짠다면 환경 우수 입지에 해안을 매립하며 사회적 반대를 무릅쓰고 공항을 만들겠느냐?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전환했지만, 온갖 난개발로 질주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한다. 10조원 정도의 예산을 놓고, 부산 혹은 부울경이 이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평가 절차가 진행되는 1년 동안 경제적 대안을 부산 시민들이 만들어보면 어떨까? 복지도 좋고, 교육도 좋고, 혹은 부울경 고속철도 등 지역 인프라도 좋다. 지역에서 좋은 대안이 나오면 최대 28조원이 들어간다는 신공항 대신 그 예산을 시민들에게 배정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어려운 합의를 찾아내는 게 국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역도 만족하고, 국민경제에도 보탬이 되고, 환경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대안을 찾는 논의를 시작하면 좋겠다. 찬반에 대한 지루한 법적 절차 대신 ‘가덕도 대타협 특별법’을 통해서 부울경에 대한 진정한 경제적 대안을 만들어가기를 희망한다. 공항은 빨라야 10년 후에 생긴다. 지역경제의 회생은 지금 필요한 조치다. 사회적 대타협, 못할 것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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