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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친화적 기술혁신’ 코로나 위기서 더 중요

입력 2021.03.11 03:00

코로나19 위기가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이른바 ‘언택트’로 대변되는 기술혁신의 파고일 것이다. 누군가는 “지금 전 세계가 전자상거래, 디지털 및 원격 경제에 대한 특강을 받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의 열풍에도 완고함을 잃지 않던 중장년층들조차 이제는 전자상거래는 물론 야식 배달서비스와 랜선 회의마저 친숙해진 모습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소장

정중호 하나금융경영 연구소 소장

하지만 코로나19가 몰고 온 새 바람의 이면에는 매출 없이 임대료와 이자만 부담해야 하는 자영업자나 영세기업들, 그리고 일자리를 찾지 못해 망연자실해하는 청년들과 실직자들의 비애가 넘쳐난다. 아니면 언택트 열풍에 따른 배달 특수에 라이더나 택배기사가 되어 생계의 현장에 나서야 한다. 공허하게만 다가오던 4차 산업혁명의 어두운 면, 아니 생생한 현장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에 일자리 상실과 생계난, 안전사고 위험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건강하고 안전한 양질의 일자리는 디지털 전환이란 명목하에 축소되고, 현대판 ‘3D’ 일자리만 그 공백을 채우고 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공저자로 유명한 경제학자 다론 아제모을루는 최근 이처럼 기술혁신, 특히 AI로 대변되는 자동화의 부정적 이면에 주의를 환기시킨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잘못된 유형의 AI’(the wrong kind of AI)가 문제다. 흔히 과학기술은 가치중립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사회적 영향을 감안하면 가치판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그는 기술혁신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한다. 생산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고용 위축과 임금 감소 등 사회적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기술혁신은 경제성장 및 인류 진보의 원동력이다. 기술혁신은 생산성 증대와 고용기회의 확대를 통해 생활수준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둔화되고 고용 위축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그 이유로 아제모을루는 빅테크 주도의 기술혁신에 따른 시장실패, 또 기초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 축소와 노동보다는 자본을 우대하는 세제 편향 등을 꼽는다. 따라서 그는 ‘기술혁신의 방향 재조정’, 즉 고용기회를 확대하고 번영의 과실을 고르게 나눠줄 ‘인간 친화적인 기술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자본 친화적 방향에서 노동 친화적 방향으로 기술혁신의 구성을 바꿔줄 인센티브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정부의 기술규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정부가 너무 나서는 건 아닌지, 그런다고 기술혁신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까, 혹시 빅브러더와 같은 새로운 전체주의를 낳는 것은 아닌지 등등. 하지만 아제모을루는 과거에도 정부는 정책 지원이나 기술표준 제정 등을 통해 언제나 기술혁신에 개입해왔고, 인터넷이나 항생제와 백신의 도입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개입에 따른 영향력은 실로 막대했다고 평가한다. 나아가 하이에크와 같은 극단적인 자유론자의 우려와 달리 정부개입은 대부분 현대 복지국가의 번영을 이끌어 왔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다만 국가의 개입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의 균형’이 중요하다. 우리는 디지털 기술이 독과점 폐해와 확증편향 강화 등으로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그의 경고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고 또 커질수록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법률이나 권력분립의 제도적 설계 자체가 아니라 정치인과 관료들의 행위에 책임을 묻고 감시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역량이다. 국가와 사회의 상호보완적인 균형에 기반하여 기술혁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규율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세상의 재건을 위해 이제 기술혁신의 방향 재조정은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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